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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리벨리온, 주관사 콘테스트중 합병 '비난보다 환호'토종 AI반도체 '빅2' 통합, 생존 여력 껑충…IPO 플랜 재설정 불가피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14 07:14:3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어인 리벨리온이 상장주관사 콘테스트를 벌이는 와중에 사피온과 합병을 선택했다. 공식 발표 직전까지 합병 소식을 감지하지 못한 증권업계로서는 곤욕스러운 이벤트일 수 있으나 야유보다는 환호가 잇따르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서 격전이 벌이는 국내외 시장에서 족적을 남기는 게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사피온 등이 유망 기업으로 꼽히고 있으나 어느 하나도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여건이다. 이 와중에 '빅3' 중 2곳의 합병으로 삼성전자, SKT, KT가 모두 관여한 기업이 탄생해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느닷없는 합병 통보에도 후한 평가주관사 콘테스트 한창, 일단 속행 예고

SK텔레콤은 전일(12일) 자회사인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 구조나 비율 등 구체적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연내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합 법인의 경영은 일단 리벨리온측이 담당할 것으로 파악된다. 사피온코리아는 사피온의 자회사이고 사피온의 모회사는 62.5% 지분을 보유한 SKT다.

현재 리벨리온은 상장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합병 전 기업의 미래 실적 추정치가 담긴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를 증권업계에 발송했고 이 자료를 토대로 제안서 접수까지 마무리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남겨놓은 와중에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택했다. 퓨리오사AI의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대형사(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상장예비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트랙 전략을 감행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상장주관사나 예비 파트너는 이들 기업이 내밀한 속내를 밝히지 않으면서 IPO 작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대형 이벤트를 준비해나가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증권사 IPO 파트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물적, 인적 비용이 투입된 만큼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리벨리온-사피온' 합병을 놓고는 IB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AI반도체는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성공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는 미지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초 체력을 키우려면 일단 볼륨 확대가 우선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앞서 대형 호재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IPO 파트는 반도체AI 스타트업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탠스가 이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확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시장에서 수천억원 대 밸류로 투자를 받은 만큼 조 단위의 상장 밸류를 시도해볼 만한 데다 일단 유망 산업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소기의 성과가 실제 도출된다면 앞으로 랜드마크 딜로 자리잡을 수 있다.

리벨리온측은 일단 상장주관사 콘테스트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IB업계에 전달했다. 이달 PT 시점이 순연된 가운데 추가적 공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향후 주관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주 구성 자체가 뒤바뀌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만일 IPO 파트너를 일정대로 확정하더라도 증권사마다 마련했던 상장 플랜은 전반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벨리온, KT 투자에 삼성전자 후광…사피온, SK그룹 ICT 연합의 산물

IB업계가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에 호평을 내놓는 건 단순히 덩치만 커졌기 때문이 아니다. 국내 IT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T, KT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AI반도체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사피온은 2016년 SKT AI 반도체 사업부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내놓으면서 그룹 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SKT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이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워온 터라 SK그룹 ICT 연합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벨리온의 경우 KT그룹이 성장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KT와 KT인베스트먼트 등 그룹 계열사가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665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다수 매출 실적이 KT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KT클라우드 등이 레벨리온 AI반도체 아톰(ATOM)을 공급받아 고객사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리벨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생태계를 한 차원 더 성장시킨다는 포부를 밝히고 했다. 차세대 AI칩 리벨(Rebel)의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고 생성형 AI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리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이용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HBM3E 메모리를 탑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이 사피온과 합병하면 통합 법인에 SK그룹측 지분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 SK하이닉스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와의 관계에 미묘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빅픽처를 고려할 때 이들 모두가 관여된 건 단연 시너지 창출의 기회"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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