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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심사조직 집중해부]'고착화된' 늑장심사, '산업별 전담제'로 돌파구 찾을까④업무 부담 늘어난 거래소, 속타는 예비상장사…'바이오·첨단·소부장' 전담팀으로 '속도'

안준호 기자공개 2024-06-25 13:31:34

[편집자주]

거래소의 꽃'으로도 불리는 상장심사부. 때론 모험자본 상장촉진을 위한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가, 자격 미달 기업들의 시장 입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포청천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IPO 허들을 넘으려는 자들에겐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상장심사 키맨 변화, 심사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벨은 거래소의 상장심사 조직의 대내외 위상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조직 변천사, 주요 키맨 이동 현황 등을 다각도에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거래소 규정상 45영업일 동안 예비심사를 받는다. 실제론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진 않다. 공문 한 통이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에 최소 6개월에서는 길게는 1년까지 기다림이 길어진다.

심사 지연이 문제로 부상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래소 조직문화 변화와 고도화되는 국내 산업 구조, 예비상장기업의 증가 등이 겹치며 '대기'가 길어졌다. 특히 미래 성장성을 평가해야 하는 특례상장 기업의 폭발적 증가가 심사 업무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부터 심사 체계와 업무 관행을 개편할 예정이다. 앞으로 특례상장 기업은 심사팀별 특화 업종에 따라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예비 상장사를 위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등 다른 대안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주 52시간제·특례상장 증가로 심사 부담…”거래소에서 가장 바쁜 부서“

상장심사부는 거래소 조직 가운데서도 가장 바쁜 부서다. 내부 회의와 보고는 물론 상장 주관사와의 미팅 등 외부 일정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청서 검토는 기본적인 일에 불과하다. 서류 심사뿐 아니라 공장 운영, 임직원 면담 등 현장 실사 역시 업무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엔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흔히 있었다는 것이 증권업계 설명이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본부장은 ”예전엔 일요일에도 상장 주관사 담당자에게 연락해 업무 협의가 가능할지 묻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함께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며 상장심의위원회 준비에 필요한 안건 보고서를 작성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도입된 현재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절대적 업무 시간은 부족한 편이라는 전언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각종 외부 일정도 결국 상장 심사 업무이기에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며 ”여전히 야근은 많이 하지만 52시간을 넘기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스닥본부의 기술성장기업 상장심사는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소요 시간이 높은 업무로 꼽힌다. 예심 청구에 앞서 기술성 평가가 진행되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별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회의 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문가회의는 평가 등급 AA, A 이상을 받았을 경우 생략이 가능하다. 다만 '기술성' 평가가 중요한 기술특례상장 심사에선 해당 산업은 물론 청구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안건 보고서 준비에도 상대적으로 더욱 많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평균 일정 지연 기간은 20일로, 일반 상장(12일)보다 길었다. 최근 특례상장 기업 증가와 업종 다양화 현상이 심사 지연에 일조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역대 최다인 35개사를 기록했다. 비(非) 바이오 기업이 26개사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2019년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스트 트랙이 신설된 이후 상장 건수가 증가세다. 불과 2020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업종이 다수를 차지했다.

일각에선 심사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풍부한 상위 직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면서 '노하우' 전수도 줄었다는 것이다. 심사부 재직 기간은 통상 2년여 정도지만, 1년에 한번 인사이동이 이뤄지다 보니 심사 도중 담당이 바뀌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심사 업무를 접한 직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험이 덜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심사 업무 과정에 팀장이나 부서장, 혹은 상무보급이 조언을 해줬지만 지금은 먼저 나서길 꺼리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출처: 한국거래소>
◇심사팀별 '업종 특화' 도입해 업무 효율화…내부통제 가이드라인 신설

예비 상장사들에게 예비상장심사 지연은 치명적인 사건이다. 상장사로서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기다림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원활한 기업 경영에 필요한 예측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사람이 여러 기업을 동시에 심사하더라도 늦어도 3개월 안에는 승인 여부가 가려졌다"며 "현재는 7~8개월 기다리는 것이 예사인데 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으로서는 그 기간 자체가 리스크(risk)"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정 지연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심사 조직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시장 유지와 각종 공시 업무를 수행하는 타 부서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심사 부서만 인력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한국거래소 수익모델은 거래·청산 수수료와 이용료, 상장수수료, 시장정보 이용료 등 구성된다. 회원사인 증권사들로부터 상당 부분 수익이 발생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소 수익은 매년 일정한 수준에 머무르는 편“이라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심사 인력만을 늘린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부터 심사 체계를 개편한다. 먼저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심사하는 기술성장기업심사부 소속 3개 팀을 업종에 따라 나눈다. ‘제약·바이오’는 1팀, ‘첨단 산업’은 2팀, ‘소재·부품·장비’는 3팀이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부서와 업종 구분 없이 순서대로 담당 기업을 배정했다.

물리적 규모를 늘리지 못한다면 효율성을 올린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 상장심사의 취지는 물론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면 특화 업종을 지정해 심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일단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한해 시행하고, 일반 상장에는 향후 적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주관사들과의 소통을 거쳐 예비 상장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새롭게 만들 예정이다. 예심 과정에 지적될만한 문제를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앞선 관계자는 ”조만간 증권사 간담회, 협업 등을 거쳐 예비 상장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며 ”미리 내부통제시스템 정비에 나설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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