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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시공사의 유동화 '생존' 전략

전기룡 기자공개 2024-07-08 08:03:03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확보가 시공사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어 후순위 우선수익권 형태로 참여한 시공사들의 부담이 확대된 시점과 맞물린 변화다. 연대보증 혹은 자금보충으로 신용도를 보강해준 대출금액이 우발부채로 전환될 위기에 직면하자 일찌감치 충당금도 설정하고 있다.

채무인수 확약을 맺은 사업장이 많을수록 보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시행사의 기한이익상실(EOD)로 사업이 백지화될 시 시공사에게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준공 이후 시행사의 부족한 영업력으로 분양에 실패하는 경우에도 시공사가 대신해 연대보증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일례로 대기업집단 소속의 한 시공사는 물류창고 사업에 책임준공 및 채무인수 확약을 제공해 후폭풍을 맞았다.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가까스로 준공됐지만 시행사가 물류창고의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파산 수순을 밟아야 했다.

결국 시공사는 시행사의 파산이 EOD에 해당하는 만큼 연대보증하고 있던 대출금액 전부를 채무인수하기로 결정한다. 투입된 금액만 1200억원을 넘었다. 그래도 해당 사례는 시공사선에서 해결돼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공사가 직접 채무를 떠안을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시행사, 대주단이 얽힌 복잡한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들도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PF를 활용한 다양한 유동화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PF는 이름 그대로 미래에 지어질 '프로젝트'를 담보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한 시행사나 특수목적법인(SPC)이 차주로 등록된다.

최근에는 시공사의 채권을 재유동화하는 방식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발행되고 있다. 시공사가 법인카드를 사용한 대가로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는 카드이용대금채권의 회수금원을 수취권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때 여타 PF와 달리 시공사가 차주에 이름을 올린다.

시공사가 받아야하는 공사채권을 담보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집금계좌의 예금반환채권을 신탁 처리하는 절차가 수반된다. 공사 중인 현장에 유입될 중도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겠다는 조건이 담긴 ABSTB도 있다. 악화된 업황에 발맞춰 시공사들의 유동화 전략도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고도화된 유동화 전략이 악화된 업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그래도 현 업황을 버틸 수 있는 생존전략은 될 수 있다. 시공사가 '덜 힘든 시공사'와 '더 힘든 시공사'로 분류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지금 이들의 노력이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에 빛을 발하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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