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매각]'320% 경영권 프리미엄' KCGI, 밸류업 프로그램 역행하나대주주만 특혜,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 지적…"금융당국, 간과하기 힘들 것"
남준우 기자공개 2024-08-14 07:12:09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격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격에 네 배가 넘는 금액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양학원 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에게 30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혀주는 셈이다.시장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하고 있다. 파킹 거래 의혹도 존재하지만 이는 심사하는 입장에서 정확하게 파헤치기 힘들다. 다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인 만큼, 금융당국도 간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킹 거래 의혹, 사실관계 파악 쉽지 않아
한양증권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는 한양증권 지분 29.6%에 대해 2448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KCGI가 사들일 지분은 한양학원 11.3%, 백남관광 10.85%, 에이치비디씨 7.45% 등이다.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9%는 사들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파킹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A 과정에서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살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인수 측과 매각 측이 콜옵션 등을 설정하는 일종의 이면 계약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 KCGI 측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KCGI는 지분 9%를 인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매도자가 프리미엄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기 위해 지분을 덜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면 주당 매각 단가가 올라가는 효과를 누린다는 의미다.
이번 M&A를 심사할 금감원 입장에서는 별도의 제보가 없는 한 파킹 거래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가 종료된 후 파킹 거래가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 인수자인 KCGI로부터 파킹 거래가 없었다는 확인서를 받는 정도로 그칠 확률이 높다.
관계자들은 파킹 거래보다는 과도하게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딜이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최대주주에 집중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한국 증시의 주요 저평가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국내 평균 상회'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 얹힌 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50% 지분 거래가 이뤄질 때, 주당 인수가격 대비 한달 전, 일주일 전, 하루 전 주가와 차이는 각각 74%, 62%, 54%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인수 가격 대비 한달 전, 일주일 전, 하루 전 주가와의 차이는 각각 40%, 37%, 35%에 불과했다. 이는 독일,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하다.
이번 거래의 경우 이보다도 훨씬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혀줬다. KCGI가 적어낸 인수 가격은 주당 6만5000원이다. 이는 우협 선정 전날 한양증권 종가인 1만5290원보다 4배 높은 가격이다.
일단 KCGI는 고유 계정을 활용해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금감원은 인수자의 재무건전성과 이전 범죄 경력만 따지면서 대주주 적격성을 판단하게 된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과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대주주로서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딜이 한샘 대주주단이 IMM PE에게 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두 배의 프리미엄을 얹힌 이후, 가장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상장사 M&A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중 하나가 특수관계자들만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관한 것"이라며 "파킹 거래는 금감원이 실질적으로 파헤칠 방법이 없지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인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딜
-
- '그룹 선봉' GS에너지, 회사채로 최대 3000억 조달
- [Deal Story]'증권채 투심 가늠자' 미래에셋, 수요예측 대성공
- 한국전력, 올해 한국물 주관사 선정 나섰다
- [발행사분석]HBM 올라탄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상향 ‘터치’
- 한화오션 '조달 다각화', 500억 규모 사모채 발행
- 6월 영구채 콜옵션 도래 제주항공, 연장시 금리 '스텝업'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사실관계 틀린 글래스루이스' MBK, 편향성 문제 제기
- 한투파·큐이디에쿼티, '하나WLS' 투자금 4년 만에 회수
- [한화 아워홈 인수 추진]한화, 장남·장녀 지분 매입 협상 완료
- DIG에어가스 매각, 에어프로덕츠 실패 반사이익 볼까
남준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배당주 전략' 내세운 H&Q, 현대엘리 주가 '일등공신'
- [LP Radar]경찰공제회, '목표수익률 달성' 불구 아쉬움 남는 이유는
- 'SK해운 매각' 한앤코, '컨티뉴에이션펀드' 선택 확률은
- SK 계열사 사 모은 한앤컴퍼니, 반도체 비전 로드맵은
- [LP Radar]주요 연기금·공제회, '환율 상승'에 오히려 웃고 있다
- 'SK스페셜티 인수' 한앤코, 느슨한 '언아웃 조항' 삽입 이유는
- H&Q코리아, 한국오지케이 투자 포인트는 'DPI'
- '한국오지케이 인수' H&Q코리아, 4호 펀드 소진 박차
- H&Q코리아, 한국오지케이 1200억에 인수 추진
- '현대힘스 엑시트 가시권' 제이앤PE, 실적 확대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