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자산을 금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각투자 업체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시장에는 열매컴퍼니,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 아티피오 등 5개 미만의 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미술품 투자의 대중화' 모토 아래 이들은 공모 증권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저마다 작품 소싱, 금융 당국과의 소통, 작품 매각 등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투자자 청약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업계가 처한 여러 과제 중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사업의 '타깃'에 대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국내 미술산업계가 직면한 어려움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미술품 거래시장은 깊숙히 들여다보면 가격에 따라 크게 이질적인 두 시장이 뒤엉켜 있음을 발견한다. 전자는 중저가, 소위 인테리어 목적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이라면 후자는 사치용, 고가 작품들이 거래되는 자산가 중심의 영역이다.
둘다 예술을 중심에 놓고 '아트' 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특성이 너무 다르다. 화랑이나 아트페어, 또는 미술관들도 이렇게 서로 다른 두 타깃층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여러 미술업계 홍보 담당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갤러리들은 '전시'라는 행사를 통해 대중을 상대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 창출이 일어나는 고객은 고가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들이다.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작가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면서도 감춰지길 희망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작품 판매 장터인 아트페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얘기다. 아트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아트페어들이 '축제'처럼 비쳐지고 있는데 이런 경향이 굳어진다면 본질과는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은 이런 딜레마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고 보여진다. 공모의 기본 특성상 가급적 많은 대중들에게 투자상품을 홍보해야 하는데, 조각투자 회사가 매입한 작품을 향후 사줄 대상은 '프라이빗'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이라는 점이다.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버린 미술품은 고가의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 일종의 스크래치가 나는 것과도 같다. 서로 다른 두 타깃을 하나의 창구로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미술품 조각투자업체의 난제인 셈이다.
조각투자 상품의 청약 흥행률이나 기초자산의 매각가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가격으로 작품을 팔았다는 건 해당 작품을 매입한 이의 입장에서는 비싸게 샀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미술을 금융의 언어로 풀어내는 조각투자업체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으려면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일이 핵심 아닐까. 정확한 투자층을 발굴하고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건 필수다. 이원화된 창구를 통해 서로 다른 두 타깃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초기 시장 선점의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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