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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직랜드 상장 그후]'대형 거래처 확보 숙제' SK하이닉스·LX세미콘 협력 타진③메모리 컨트롤러·DDI 등 타깃, 삼성 DSP 경쟁 불가피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12 10:18:25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이직랜드. 반도체 불황기였지만 TSMC 협력사라는 기대 속에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기대와 달리 올 상반기 고객 일정이 밀리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AI 반도체 고객 확보, SSD 컨트롤러 계약 등 올 하반기 반전 드라마를 쓰기 직전이다. 대만 법인을 세워 TSMC와의 접점을 늘리고 미국, 중국 등 공략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상장 1주년을 앞둔 에이직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직랜드는 기업공개(IPO) 이후 사세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대 등 여러 시도를 이어가던 중에 일부 성과도 냈다.

다만 여전한 고민이 있다. 유수의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둔 TSMC 파트너지만 정작 '빅플레이어'와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국적인 우리나라 대기업 계열사와도 접점이 부족한 편이다.

주요 디자인하우스가 대형 고객과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중소형 고객을 확보하는 구도를 고려하면 에이직랜드의 지상 과제도 의미 있는 규모의 거래처를 뚫는 것이다. 향후 'TSMC'와 '한국'이라는 공통 분모를 앞세워 신규 매출처 발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대어 노리는 TSMC 파트너, 선결과제 '신뢰 쌓기'

2016년 설립된 에이직랜드는 지금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연매출이 2017년 50원에서 2023년 742억원으로 6년 만에 15배 가까이 증가할 정도다. TSMC의 가치사슬협력사(VCA)로 합류하게 된 2019년부터 프로젝트 수주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고객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부분에서 중장기 리스크가 상존했다. 에이직랜드도 이를 알았기 때문에 지난해 IPO 전후로 굴지의 기업을 고객으로 맞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략 대상은 SK하이닉스와 LX세미콘이다.

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VCA 생태계를 보면 각각 특정 권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TSMC와의 오랜 관계로 VCA 양강으로 거듭난 글로벌유니칩(GUC)과 알칩이 대만, 중국, 유럽, 북미 등 넓은 범위로 활동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국 위주로 사업을 영위한다. 알파웨이브(북미), 아이멕(유럽), 토판(일본), ICC(중국) 등이 그렇다.

에이직랜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반도체 기업 중 TSMC 위탁을 하는 곳은 에이직랜드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새롭게 TSMC와 협업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에이직랜드와 손잡은 배경이다.

문제는 에이직랜드도 VCA에 속한 지 약 5년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이는 외주 물량이 적지 않은 대기업 계열사가 에이직랜드를 신뢰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과거 VCA였던 에이디테크놀로지를 통해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생산을 TSMC에 맡겼다. 장기간 거래가 유지되면서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 디자인하우스파트너(DSP)로 넘어간 뒤에도 일정 기간 계약을 이행한 바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빈자리는 에이직랜드가 아닌 GUC가 메웠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신생에 가까운 에이직랜드가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SK하이닉스는 에이직랜드의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해당 업무가 GUC로 넘어갔다"면서 "최근 몇 년간 SK하이닉스가 낸드 컨트롤러 내재화에 나서면서 에이직랜드가 기회를 부여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 펼쳐졌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컨트롤러 기술의 외부 유출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디자인하우스를 늘리는 데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직랜드가 노려볼 분야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6세대 HBM(HBM4) 전후로 공정 난도가 대폭 올라가는데다 맞춤형(커스텀) 제품 요구가 늘면서 SK하이닉스가 모든 영역을 소화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SK하이닉스는 HBM4를 TSMC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5세대 HBM(HBM3E)까지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베이스 다이(로직다이)를 만들었다면 HBM4부터 TSMC와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베이스 다이는 HBM 패키지 최하단에 탑재되는 것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한다.

이 과정에서 양사를 이어줄 디자인하우스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7세대 HBM(HBM4E)부터는 컴퓨팅 캐시, 네트워크 등 부가 기능까지 추가된다. 디자인하우스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해당 프로젝트 진입 여부가 에이직랜드의 추후 실적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두 계약의 의미, LX세미콘 맞손 가능성은

에이직랜드의 돌파구는 파두가 될 수 있다. 파두는 낸드 컨트롤러가 주력이다. 과거 SK하이닉스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파두 사태' 등 여러 이슈에 휘말리면서 SK하이닉스가 거리가 생긴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에이직랜드는 올 7월 파두와 1900만달러(약 26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주목받는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낸드 컨트롤러 역량 강화에 한창이지만 모든 라인업을 갖출 수는 없다. 일부 제품 관련해서는 파두와 협업을 재개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이직랜드와 SK하이닉스 간 접점이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에이직랜드의 기대주는 LX세미콘이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설계하는 곳이다. 그동안 TSMC,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등에 DDI 생산을 위탁했다.

변수는 LX세미콘이 삼성전자와 협력을 본격화한 점이다. 과거 LG그룹 소속일 떄는 삼성그룹과의 교류가 쉽지 않았으나 LX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다각도로 협업 중이다. 에이직랜드가 삼성 DSP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는 "SK, LG 계열사는 기술 유출 이슈 등으로 삼성 파운드리로 가는데 우려가 있다. TSMC가 삼성보다 공정 기술이 앞서는 등 여러 이유로 TSMC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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