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중소형 증권사]한화증권, PF 사업성 '재평가'에 울었다반기만에 지난해 연간 충당금 적립…비상장사 투자로 '돌파구' 모색
이정완 기자공개 2024-09-23 13:08:39
[편집자주]
iM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은 2024년 2분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들이다. 이들 증권사는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하우스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금융 관련 충당금을 적립한 데 이어, 각 사업부문별 실적 약화가 적자 전환의 배경으로 여겨진다. 증권 업황 악화를 버티던 중소형 증권사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만큼 각 하우스별 특징을 더벨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9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한화투자증권이 상반기 영업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적자를 기록한 여느 증권사처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한화투자증권은 다른 중소형 증권사와는 다르게 2022년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부동산PF 리스크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금융당국에서 강화된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제시한 뒤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탓에 영업적자가 불가피 했다.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액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에 육박한다.
◇지방 광역시 중심 PF 손실 반영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상반기 별도 기준 6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270억원으로 흑자를 사수했다.
다만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모두 피하지 못했다. 2분기 영업적자는 278억원, 순손실은 241억원을 나타냈다. 한 분기 만에 수익성 기조가 달라진 건 PF 사업성 재평가 탓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PF 질적 위험도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도록 사업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했다. 사업성 평가등급 분류는 양호·보통·악화우려로 기존 3단계였는데 평가 기준 개선 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됐다. 더불어 본PF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신설되면서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는 보수적 관점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에도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5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다만 지난해 일부 사업장에서 EOD(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해 45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그럼에도 작년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내 흑자를 지켰다.
올 들어 사업성 재평가를 계기로 상반기 동안 39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투자증권은 다른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브릿지론 비중은 높지 않지만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비용을 처리했다. 반기 말 기준 부동산PF 익스포저는 약 6200억원인데 이 중 30% 가량이 브릿지론이다. 반면 전체 PF 익스포저 중 상환 순위상 중·후순위 비중이 76%로 리스크를 지적 받았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주거와 비주거 상품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지방 광역시에서 손실 사업장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두나무·토스뱅크 '대박' 사례 또 나올까
하지만 PF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한화투자증권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증권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화투자증권이 지속적으로 우발채무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7475억원이던 우발채무는 부동산 경기 호황에 따라 2022년 말 1조1945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부동산PF 비즈니스 축소를 꾀하며 우발채무는 올해 상반기 말 9618억원으로 줄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역시 2022년 말 75%에서 올해 반기 말 58%로 감소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부동산PF보다는 당분간 전통 IB에 힘을 실어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 한다. 증권업계에서 특히나 기대하는 건 신기술투자 영역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1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기업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드러내왔다. 2019년 토스뱅크 설립 때부터 주주사로 참여한 것은 물론 2021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보통주 약 200만주를 583억원에 샀다. 현재 두나무 장부가액은 3000억원을 상회한다.
올해 반기 중에는 또 다른 중소기업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6월 초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중기 특화 증권사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중소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인데 한화투자증권은 PI(고유자산) 투자와 신기술투자조합을 활용해 직접 자금을 출자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다른 중소형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직접 투자 분야에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초기에는 우려되는 점도 있었지만 재무적으로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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