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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현금유출 '아쉬운' 한화솔루션, 카드값 5000억 쌓였다DB금투 파트너 삼아 결제 기한 연장…영구채 발행 후에도 유동화 '지속'

이정완 기자공개 2024-10-02 10:51:41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15: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재생에너지·석유화학 동반 부진이란 이중고를 앓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통해 여유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드값 결제를 미루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한화솔루션 대신 대금을 치르고 있다. 이렇게 쌓인 유동화 잔액만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태양광 모듈 공급 과잉 여파로 지난해부터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AA급 우량 신용도가 위태로워지자 지난달 7000억원 규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단기 현금 유출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기조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유동화 큰폭 증가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현대카드와 맺은 카드대금채권 참가 계약에 따라 이달 중순 에이치씨디제칠차라는 SPC를 통해 각 813억원, 22억원 규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했다.

이 같은 유동화를 활용하면 한화솔루션에 직접적으로 현금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한화솔루션이 현대카드의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하면 현대카드는 한화솔루션에 대한 카드대금채권을 갖는다. SPC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결제대금을 받는다.

한화솔루션은 유동화를 통해 결제일을 미루는 효과를 얻는다. 현금 유출이 아쉬운 많은 기업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선택하는 이유다. 이번에 발행한 유동화 만기가 내년 3월 도래하는 만큼 사실상 6개월 동안 800억원 넘는 현금을 확보한 것과 다르지 않다.

카드이용대금 채권 유동화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시점도 회사 자금 사정과 관련이 깊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순손실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전반적인 석유화학 산업 수요 부진으로 인해 케미칼 부문 수익성이 급감했고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화된 탓에 마찬가지로 이익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15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DB금융투자 주관으로 지난해 9월 에이치씨디제칠차를 통한 조달에 나섰다. 에이치씨디제칠차는 당시 344억원 규모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결제일 연장에 도움을 줬다.


에이치씨디제칠차는 이번 유동화에도 활용된 SPC다. 지금까지 해당 SPC를 통해 매달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대카드에 결제해야 할 카드대금 역시 늘고 있다. 오는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433억원 규모 ABSTB를 비롯해 내년 3월까지 만기 도래 일정이 빼곡히 차있다. 기발행 미상환 유동화증권만 약 5400억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결제 시점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카드대금채권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유동화를 이어가고 있어 유동화 잔액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줄어든' 현금보유고에 조달 수단 '전방위' 활용

한화솔루션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로 5000억원 넘는 단기 조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 AA급 신용도가 뒷받침된 영향도 있다. 신용평가사는 결국 최종적으로 카드대금을 상환해야 하는 한화솔루션의 신용도를 고려해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한다. 에이치씨디제칠차가 발행한 유동화증권 신용도는 A1(sf)등급으로 단기 신용등급 중에선 제일 높다.

눈에 띄는 건 한화솔루션이 지난달 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여전히 유동화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7000억원 규모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높아진 부채비율을 끌어내렸다.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연결 기준 140%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말 172%, 올해 상반기 말 197%로 상승했다.

단숨에 7000억원이 들어왔지만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와 맞물려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원대까지 낮아졌다. 2022년 말 2조7319억원에서 올해 반기 말 기준 1조9847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사업 투자를 고려해서라도 단기 현금 유출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화솔루션은 올해와 내년 당초 연평균 3조원 자본적지출(CAPEX)을 예고했지만 이를 연평균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미국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한 솔라허브 증설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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