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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수소' 희망일까 위험일까 [thebell note]

이호준 기자공개 2024-10-14 07:36:32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2년만에 다시 국내 수소 산업 전시회를 방문했다. 웬만해선 질문을 피하지 않는 그의 직설적인 성격은 이날도 여전했지만 답변의 대부분이 "음"으로 시작해 "조만간"으로 끝나는 등 뜻밖의 모호한 말들이 이목을 끌었다.

이날의 주요 질문은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수소 사업이 언제쯤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인가였다. 현대차는 최근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생태계 조성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인도네시아 정부와는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록 답변의 구체성이 부족했지만 현대차는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장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맡았던 글로벌 수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또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문제는 아직 외부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수소차 판매량은 1836대로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기록은 오히려 수소차 시장의 미성숙함을 반영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벤츠, 혼다, 폴크스바겐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를 기회로 포착하고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다 떠났고 현대차 등 몇몇 회사만 시장에 남아있다. 좋은 도전이긴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면 떠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희망일까, 위험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대차에게 수소는 더 이상 안되면 접고 마는 단계의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는 실적만으로 현대차 주가가 움직이지 않듯 시장은 글로벌 3위 완성차 회사의 현재보단 장기 생존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수소다.

장 사장도 답변을 뭉뚱그려 말하긴 했지만 신중함 속에서도 수소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수소 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뭘 말씀드리긴 좀 뭐 한데요. 일단 열심히 잘해야죠.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전환점은 다가오고 있다. 이달 말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경기 용인시에서 열리는 레이싱 행사에서 만날 예정이다. 업계는 각각 넥쏘와 미라이로 대표되는 수소차 양대 산맥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은 완성차 강자들의 만남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이 모이는 자리다. 수소라는 무대에서 현대차가 앞으로 무엇을 거둘지 보여줄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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