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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로 취소된 보일러룸 공연, KOPIS에서 '실종'…왜 입장권 판매 데이터도 미기록, 안전 사고 분석 어려워져…예경 해명은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16 07:41:23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예상치 못한 구멍이 발견됐다. 7월 안전사고로 취소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보일러룸 서울 2024' 공연 데이터가 KOPIS에서 자취를 감췄다. 단순한 정보 누락을 넘어 공연산업의 투명성과 안전성에 대한 경고 신호로 읽힌다. 공연산업의 사고를 기록하고 분석할 주요 도구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관련 공연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공식 경로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비슷한 사고를 예방하고 개선 조치를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록조차 안 된 보일러룸 공연, KOPIS의 허점

7월 27일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 D동에서 열린 <보일러룸 서울 2024> 공연은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중단됐다. 밤 11시에 시작해 새벽 4시에 마무리될 공연이었지만 결국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 안전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5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다.

주최측인 CCA코퍼레이션이 예상한 관람인원은 3900명. 주최 측은 당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록 에스팩토리 D동의 객석 수는 350석이지만 당시 주최측은 좌석을 모두 뜯어내 스탠딩석으로 만들면서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안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결정이었다.


문제는 이 공연과 관련된 정보를 KOPIS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관련 뉴스를 한 건 찾아볼 수 있을 뿐 공연정보는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았다. 공연 포스터, 공연장, 시간 등 이 공연이 열렸다는 흔적조차 없다. 게다가 공연이 열린 에스팩토리는 KOPIS의 공연장 명단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해당 장소에서 여러 번 콘서트가 열렸는데도 그렇다.

공연 관계자는 "KOPIS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공연산업의 안전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지표"라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데이터 수집 체계와 법적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법이 인정하지 않는 공연? 정보 미전송 이유는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KOPIS를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 <보일러룸 서울 2024>의 공연정보가 누락된 원인을 물었다. 이에 예경 관계자는 "<보일러룸 서울 2024> 공연정보는 주최측인 CCA코퍼레이션과 입장권 판매처인 인터파크가 KOPIS에 공연정보를 입력·전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비록 해당 공연이 취소됐어도 티켓 판매량 등 공연정보가 KOPIS에 전송되지 않았다는 것은 CCA코퍼레이션이든 인터파크든 '정보제공자'가 정보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을 기획 또는 제작하는 자는 KOPIS에 공연 명칭ㆍ시간 및 기간, 공연 예매 및 결제금액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공연 관련 정보(이하 "공연정보"라 한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입장권 판매의 전부 위탁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입장권 판매를 수탁받은 자에 정보제공 의무를 한정한다. 전산예매시스템에 의하여 발권되지 않은 티켓은 KOPIS에 공연정보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보일러룸 서울 2024>는 블라인드 티켓 예매를 5월 14일부터, 일반 티켓 예매는 6월 18일부터 진행했다. 주최 측이 사전예매로 티켓이 모두 소진되면 현장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공지할 정도였다. 즉 전산예매시스템을 통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으며 티켓 판매량을 집계할 시간도 충분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후조치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조작해 KOPIS에 전송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나 예경에서 이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 아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예경 관계자는 "공연법상 '공연'이 아닌 입장권 판매 행사(팬클럽 악수회, 클러빙 등)는 집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일러룸 서울 2024>이 공연법상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은 "음악ㆍ무용ㆍ연극ㆍ뮤지컬ㆍ연예ㆍ국악ㆍ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에 의하여 공중에게 관람하도록 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비록 '페기 구' 등 세계적 DJ의 라이브 공연이 공연법상 공연이 정의에 명확하게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예경의 입장은 이를 공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공연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팬 사인회, 클러빙 등 다양한 예술적 관람물이 KOPIS 통계에서 계속 제외되면서 공연산업의 실제 규모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CCA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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