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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빅배스 교훈' 대우건설, 리스크 관리 노하우 갖췄다원자력사업단,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 핵심…입찰검증시스템 통한 심의 강화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05 07:47:30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은 오랜 기간 '플랜트 강자'로 불렸다. 전통적인 수주텃밭으로 통하는 나이지리아·알제리·오만 등 아프리카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전체 매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플랜트부문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면에서도 한때 과반 이상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급변했다. 출혈 경쟁이 빈번했던 중동 사업장 위주로 리스크가 확대됐다. 플랜트부문에 누적된 손실은 빅배스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당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KDB산업은행이었던 만큼 플랜트보다는 채산성 높은 주택건축부문에 힘을 실어야 했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글로벌 기업이 결성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본사 조직을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플랜트사업본부 산하에 단급 조직을 운영했다. 빅배스와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 하에 플랜트사업본부 사업관리팀 주도로 면밀한 검증 과정도 거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 전략적 진출, 2021년까지 적자 흐름 지속

대우건설은 일찍이 해외에 진출했다. 1978년 리비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내전으로 오랜 기간 외부와 단절됐던 리비아 정부가 지난해 7억9000만달러 상당의 멜리타·미수라타 패스트트랙 공사를 맡긴 배경에도 대우건설과 1970년대부터 이어온 오랜 인연이 한 몫 했다.

기념비로 꼽을 플랜트 프로젝트들도 메나 지역 위주로 포진해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만 수르 발전소'가 언급된다. 2000메가와트(㎿)급 복합 화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를 총괄한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도급계약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수주텃밭인 나이지리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인도라마 비료 플랜트 1·2호기'를 준공했다. 중동시장까지 영역을 넓힌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서 수주고를 올렸다. 그 결과 2012년에는 중동(1조8528억원)이 아프리카(1조3109억원)를 넘어 지역별 매출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우량한 실적은 대우건설의 매출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대우건설은 해당 시기 발전부문과 석유화학부문으로 각각 1조8343억원, 1조8252억원 상당의 연결기준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8조2234억원)의 44.5% 상당을 발전·석유화학부문이 책임졌던 셈이다.

다만 2013년을 기점으로 사정은 달라졌다. 발전부문과 석유화학부문이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3241억원이다. 발전부문과 석유화학부문을 플랜트부문으로 통합한 2016년 이후에도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흑자전환된 시점도 2022년 무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당시는 중동 시장에서 출혈 수주가 빈번했던 시기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에 업황마저 악화되자 대규모 미청구공사액이 인식됐다. 대우건설도 잠재적 부실로 지목된 대규모 미청구공사액을 손익에 반영하기 위해 빅배스 카드를 꺼내야만 했다.

◇플랜트 매출비중 10.9%까지 축소, 재무적·비재무적 리스크 본격화

빅배스 이후 플랜트부문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KDB산업은행도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플랜트부문보다는 채산성 높은 주택건축부문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건설 정상화를 위해 3조2000여억원을 써냈던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주가 부양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대우건설의 주택건축부문 매출비중이 60%를 상회하게 된 배경이다. 올 3분기 기준 플랜트부문 매출비중은 10.9% 수준에 그친다. 주력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한 주택건축(65.2%)보다 44.3%포인트 낮다. 1500명에 육박했던 플랜트부문 임직원 수도 2021년 한때 910명까지 감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플랜트부문의 기술력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정유공장'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선두 EPC사인 플루어와 손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선진화된 기술력을 받아들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의 플랜트 역량이 진일보된 계기로 통한다. 중동에서 수익을 낸 몇 안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원자력사업단도 빼놓을 수 없다. 대우건설은 팀 코리아 일원에 합류한 이후 원자력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중흥그룹 체제 하에 단급 조직이 꾸려지자 플랜트사업본부 산하에 원자력사업단을 배치했다. 본사 슬림화 정책에도 원자력사업단은 원자력사업팀, 해외원전팀 2개팀 체제가 유지됐다. TFT도 별도 운영했다.

대우건설이 소속된 팀 코리아가 28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다시금 조직을 가다듬었다. 현재는 해외원자력팀을 비롯한 국내원자력팀, 원자력수행팀, 소형모듈원전(SMR)팀, 원자력설계팀 등 5개팀과 체코원전준비반을 갖춘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빅배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대우건설은 플랜트 수주에 앞서 '입찰검증 시스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사업관리팀이 주관부서다. 면밀한 검증 과정을 통해 개별 플랜트 사업장의 재무적·비재무적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지난해에는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공사'의 자금부담을 최소화하고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프로젝트'도 입찰검증시스템의 심의 하에 최종적으로 수주를 결정했다. 대우건설이 투르크메니스탄에 진출한 첫 사례였던 만큼 면밀한 심의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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