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SK 메모리 투자 전략]내년 시설 투자 키워드 '테크 마이그레이션'①중국 약진·범용 수요 부진 '이중고'
노태민 기자공개 2024-11-14 07:48:30
[편집자주]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세가 매섭다. CXMT, YMTC 등 기업들이 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응해 레거시 메모리 페이드아웃 전략을 내놨다. HBM을 위시한 LPDDR5, DDR5, eSSD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환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양사의 투자 계획은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있다. 양사의 내년 투자 전략과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기존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시설투자(CAPEX)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레드메모리와 상대적으로 저조한 범용 메모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양사의 전략이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방향성을 보인다. 국내 메모리 산업군 전반의 변화가 이뤄질 상황인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 메모리 산업이 디스플레이 산업과 유사하게 흘러갈 수 있다며 우려스러운 시선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레거시 제품군을 먼저 점령한 뒤 프리미엄 제품군에 손을 뻗칠 것이란 분석이다.
◇거세지는 중국 메모리 공세…삼성·SK는 선단 공정 전환 집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 기업의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양사 모두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급 확대로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 '중국 시장 내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로 수급에 영향이 있다'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의 약진을 언급했다.
트렌드포스 등 시장조사 업체도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3분기 6% 수준에서 내년 3분기 10%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 기업인 YMTC도 내년 월 10만장 이상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는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테크 마이그레이션' 카드를 꺼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DDR4, LPDDR4, 6세대 낸드 등 생산량을 줄이고 DDR5, LP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8세대 낸드 등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모두 기존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통한 기술적 감산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의 최적화, 차세대 제품 공정 전환 등을 통해 반도체 출하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기술적 감산 또는 자연 감산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의 수요에 맞춰 D램과 낸드 공히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며, 레거시 라인의 선단 공정 전환 가속화를 추진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유사한 전환 투자 계힉을 공유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서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의 생산은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D램 CAPEX 계획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내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 코어 다이 생산을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코어 다이로 각각 10nm 6세대 D램(1c D램)과 10nm 5세대 D램(1b D램)을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1c D램 생산량을, SK하이닉스는 1b D램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1b D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M16팹 공정 전환과 M15X 건설을 선택했다. M15X는 내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D램 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1c D램 생산능력(CAPA) 확대를 준비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기존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내년 CAPEX는 선단 공정용 장비 구매와 인프라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 CAEPX는 올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CAPEX는 각각 47조9000억원, 10조원 중후반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테크 마이그레이션과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기존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전환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내 장비사 입장에서는 악재"라며 "양사가 내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는 증착, 포토 식각, HBM 생산을 위한 후공정 장비 등인데, 대부분 해외 장비사에서 생산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많은 장비사들이 내년 보릿고개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전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내년도 신중한 투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더욱 보수적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LSI 사업부,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난 3분기 매출은 7조원 수준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비메모리 사업에서 1조5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을 의식한 중국 고객의 주문 축소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 생산 불발 등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내년에도 보수적 투자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구체적인 CAPEX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전년 대비 축소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내년 CAPEX에 대해서는 "신규 CAPEX 투자는 가동률 및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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