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한화증권, 5년전 UAE 항공기 투자 '부메랑'항공기 리스회사 후순위채 담은 펀드 200억 순손실…"수요 상승에 가치 회복 가능"
이정완 기자공개 2024-11-27 07:39:5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투자한 항공기 금융으로 인해 IB(투자은행)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보잉777에 투자한 펀드 만기가 도래했는데 항공기는 여전히 코로나19 시절 가치평가(Valuation)에 머물러 있었다.IB업계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투자한 항공기에 대한 대규모 상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됐다. 코로나19 탓에 중대형기 매력이 떨어져 운항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 측에선 향후 여행 수요 급증에 따라 가치가 회복될 수 있다고 전한다.
◇코로나19 탓 중대형기 운항 '직격탄'
25일 IB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중 항공기 금융 손실을 대거 반영했다. 한화투자증권 분기보고서를 통해 항공기 금융 손실을 가늠할 수 있다. 회사가 종속기업으로 분류힌 '엠플러스스카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6-3호'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19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펀드는 상반기까지 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3분기 중 약 200억원 상각이 이뤄져 적자 전환한 셈이다.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용한 이 펀드는 2019년 192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2010년대 후반은 국내 대형 증권사가 항공기 금융을 주요 대체투자 수단으로 삼던 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손실이 커지자 항공기 금융으로 방향을 바꿨다. 항공기를 직접 매입해 항공사에 리스(장기 임대)하거나 해외 리스회사가 보유한 항공기에 대출을 지원하는 식이다. 한화투자증권도 권희백 전 대표이사 시절 대체투자 대안으로 항공기 금융을 적극 공략했다.
3분기 200억 순손실을 기록한 펀드는 2019년 3월 항공기 리스금융 관련 후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한다. 항공기 리스회사인 마노아 에비에이션(Manoa Aviation)이 두바이 에미레이트(Emirates)와 맺고 있는 보잉777-300ER 항공기 리스 계약에 투자한 셈이다. 후순위 대출 규모는 1610만달러였다.
대출채권 만기는 지난달 도래했다. 하지만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도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중대형기인 보잉777-300ER은 장거리 운항이 급감하면서 큰 폭의 가치 하락을 겪어야 했다.
결국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리스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만기를 4년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2028년 10월 다시 대출 만기가 다가온다. 하지만 연장하면서 상각은 불가피했다. 후순위 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투자 전액을 상각한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 항공기 리스 투자 부실은 이미 일찌감치 시장에 공유된 내용”이라며 “코로나19 시절 보잉777의 인기가 떨어져 가치가 덩달아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유동화증권은 한화증권 보증으로 재차 발행
유동화증권 차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해당 펀드를 비롯해 ‘엠플러스스카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6-1호’, ‘엠플러스스카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6-2호’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왔다. 전체 펀드 설정금액 중 약 350억원 가량이 유동화시장에서 소화돼왔다.
보잉777-300ER 항공기는 부실에 처해졌지만 유동화증권은 다가올 4년 후 만기까지 지속적으로 차환 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신규 발행되는 유동화증권도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A1(sf)' 등급을 획득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사모사채 매입 의무와 자금보충 의무를 지니기로 했기 때문이다. 손실이 생겨도 한화투자증권이 책임진다.
한화투자증권은 항공기 금융 투자 건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시기 가치가 유지되고 있어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대손을 설정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톱 티어(Top-tier) 항공사가 계속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 만큼 내년 하반기에는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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