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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광물 규제 대응법]진화하는 광물 규제, 범위 확대에 미중 대결 도구화 양상①[총론]분쟁→책임으로 범위 확장 중, 국산 반도체·배터리 기업 영향권

이민우 기자공개 2024-12-31 07:31:15

[편집자주]

텅스텐, 주석 등 주요 광물에 형성된 높은 고부가가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비인권적 생산, 테러·내전 자금 조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광물을 전략자원으로 삼아 수출을 통제하는 행태도 보인다. 앞선 분쟁들은 글로벌 연합체나 특정 국가 규제를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광물을 핵심 원자재로 쓰는 제조 업계는 사업 지속성을 위해 이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국내 제조 기업들이 각종 광물 규제에 대응해온 발자취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전 억제, 인권 보호에서 출발한 글로벌 광물 규제는 지속적으로 진화 중이다. 미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심으로 강도 높은 실사, 투명성 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꾸준히 이를 향상시켰다. 국내 기업도 15년여 동안 대응 수준을 높이며 적응해왔다. 다만 서서히 대상 광물 범위, 개념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기업에 요구되는 수준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자국 우선주의, 미중 갈등이 이어짐에 따라 글로벌 광물 규제 대응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광물 생산·가공 내재화,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한 법안이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발효됐다. 국내 반도체, 배터리 기업은 그간 광물 원자재에서 높았던 대중국 의존도를 개선하고 보호무역 정책 추이를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드프랭크법·OEDC 지침서 출발, 국내 제조 기업 지속 대응 필요

광물 규제는 2010년경 미 의회에서 통과된 도드-프랭크금융규제개혁법(도드프랭크법)부터 본격 시작됐다. 4개 분쟁광물 △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 소위 3TG의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인근 중앙아프리카 국가 무장, 내전 세력이 주요 광물 채굴망을 장악해 전쟁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아울러 OECD도 2011년 기업의 광물 채굴과 가공, 거래를 비롯한 공급망 활동에 관해 투명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권고를 채택했다. 분쟁국의 인권유린, 자금세탁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 기업에서 광물공급망 관리에서 준수할 OECD 실사지침도 개발됐다.

OEDC 실사지침 개발, 2014년 도드프랭크법 시행은 미국 상장사, 글로벌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 상장사, 거래처에 분쟁광물 미사용 증명과 상시 보고, 실사체계 강화를 요구했다. LG디스플레이, 포스코처럼 미 상장사만 아니라 제품,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내 다른 제조 기업도 사정권에 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위시한 국내 기업은 법 시행·실사지침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세웠다. 미 국부무가 법 시행 전 국내 기업 간담회에서 대응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 포스코가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책임있는 자원 네트워크(RSN)'의 2019년 보고에서 가장 낮은 취약 등급을 받아 규제 수준 부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 산업계는 올해 기준 광물 규제 대응 15년 차를 맞으며 꽤 적응된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포스코퓨처엠에서 보듯 분쟁광물 대응체계, 공급망 관리 현황을 대중에게도 투명히 공개하는 기업도 늘었다. 국내 기업 스스로 분쟁광물 대응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 대상 광물 범위 확산 필요성 대두는 국내 기업규제 대응 부담을 계속 높이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이 2021년 자체 분쟁광물 정책을 시작해 EU 국가 수입 광물에 대한 광범위 규제를 진행 중이다. 기존 3TG외 은과 코발트 등을 포함해 분쟁광물에서 확대된 '책임광물' 개념도 등장해 광물 규제는 점점 진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국우선주의 IRA·CMRA 등장, 대중국 의존도 해결방안 시급

대중 무역 분쟁 심화,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이슈는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를 증가시켰다. 이에 따라 희토류, 알루미늄처럼 주요 광물을 전략 물자로 분류하고 경쟁국의 광물 수출·공급망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앞선 경향은 국내 기업의 광물 규제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EU에서 내놓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핵심원자재법(CMRA)이다. IRA 내 전기차 세제혜택 정책은 외국우려기업(FEOC) 부품, 원자재를 사용한 배터리에 세액공제를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FEOC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국가가 포함된다.

CMRA도 광물 공급망 일부를 EU에 두고 중국 같은 국가 영향력을 낮추는 모습이다. IRA와 달리 직접적인 중국 차별적 조항은 없다. 하지만 EU 외 제3국의 희토류, 마그네슘을 비롯한 원자재가 일정 비율 이상 유입되는 걸 제한했다. 현재 EU는 중희토류 100%, 경희토류 85%, 마그네슘 97%를 중국에서 수입 중이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국내 반도체, 배터리 기업은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 수출입 은행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실리콘과 게르마늄, 갈륨·인듐의 지난해 중국 수입의존도는 2022년 대비 늘었다. 각각 68.8%와 56.9%, 46.7%에서 75.4%와 74.3%, 46.7%으로 증가했다. 텅스텐과 희토류의 중국 수입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0.4~2.1%p 만큼 늘었다.

배터리의 경우 음극재 제조에 쓰이는 천연, 인조흑연의 중국 수입의존도가 크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 흑연의존도는 평균 96% 내외에 달했다. 앞선 반도체, 배터리 주요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중장기적으로 규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특히 미국우선주의 성향을 지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년 출범으로 앞선 광물 규제 강도, 부담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도 미국우선주의에 대응해 11월 파리 평화포럼에서 유로존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보호무역주의를 관철할 뜻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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