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광물 규제 대응법]'2차전지 올인' 에코프로, 광범위 관리 정보 세부 공개⑦다수 배터리 핵심 광물 모니터링, 고위험군 공급업체 현황도 안내
이민우 기자공개 2025-01-03 09:48:58
[편집자주]
텅스텐, 주석 등 주요 광물에 형성된 높은 고부가가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비인권적 생산, 테러·내전 자금 조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광물을 전략자원으로 삼아 수출을 통제하는 행태도 보인다. 앞선 분쟁들은 글로벌 연합체나 특정 국가 규제를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광물을 핵심 원자재로 쓰는 제조 업계는 사업 지속성을 위해 이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국내 제조 기업들이 각종 광물 규제에 대응해온 발자취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 중심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그룹 전반에 걸친 분쟁·책임광물 규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주와 다수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특히 보유한 분쟁·책임광물 공급망 정보 상당수를 대중, 시장에 상세히 공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신 현황과 기록 보관 기간부터 코발트·니켈 같은 광물 공급망 내 고위험군 공급업체 숫자, 시스템 상 취약점과 향후 도전과제 등도 안내한다.
◇그룹 차원 광물 대응 TF 운영…참가사 확대, 직접 실사도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같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2차전지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뒀다. 양극재, 전구체를 생산하는 사업 구조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광물을 핵심 원재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 상당히 넓은 수준의 분쟁·책임광물을 관리 중이다. 텅스텐과 주석, 탄탈륨, 금을 포함한 3TG부터 코발트와 리튬, 니켈, 망간, 알루미늄 같은 2차전지 핵심 광물 다수를 대상에 올리고 있다.
통상 국내 기업의 분쟁·책임광물 관리 영역은 3TG에만 중점을 두거나 사업 특성에 따라 1~2개 정도 추가하는데 그친다. 같은 2차전지 산업군에 속한 삼성SDI가 10개 이상 분쟁·책임광물을 관리하는 정도다. 삼성SDI와 기업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에코프로는 광물 공급망 관리, 모니터링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셈이다.
에코프로는 2022년부터 그룹 차원의 별도 책임광물 TF도 운영 중이다. 책임광물TF는 에코프로 산하 계열사와 ESG 사무국 등 6개 중요 유관부서가 참여한다. TF지만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이곳에서 그룹 전반 실사 관리 현황, 공급망 전략을 수시로 점검 및 논의한다.
책임광물TF는 초기엔 지주사인 에코프로에 더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3개 계열사만 참여했었다. 지난해부터는 참여사를 확대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CNG를 추가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책임광물TF의 규모와 권한, 그룹 전체 영향력을 확대했다.
에코프로는 뚜렷한 임무, 권한을 가진 TF를 둔 만큼 공급망 실사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주요 전구체 공급업체를 2월, 6월 2차례 직접 방문해 현장 평가를 실시했다. 직접 투자한 인도네시아 제련소에도 올해에만 3차례 방문해 작업장 환경, 물류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보유 취약점·보완 방안 보고서 내 명시
에코프로는 앞선 TF 체계를 바탕으로 폭넓은 광물 관리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매년 협력사와 광물 원산지, 운송 정보에 대한 기본 정보를 서면 실사 질의서를 통해 최신화 중이다. 앞선 과정을 거쳐 획득한 분쟁·책임광물 조달 관련 기록을 10년 간 자체 전산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도록 했다.
습득한 정보는 단순히 에코프로 내부에서만 활용되지 않는다. 에코프로는 분쟁·책임 광물 규제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 중 가장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곳 중 하나다. 시장에 공개하는 분쟁·책임광물 대응 보고서에서 현재 보유한 고위험군 공급업체 숫자, 개선과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코발트 공급망에서 콩고민주공화국 소재 공급업체 4곳을 보유 중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의 주 생산지이나 '분쟁 영향 및 고위험 지역(CAHRA)'에 속하는 곳이다. CAHRA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협력사, 제련소 숫자를 알리는 게 부담일 수 있지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선택했다.
앞서 지난해 발간한 첫 분쟁·책임광물 대응 보고서에서도 위와 같은 고위험군 공급업체를 분류하고 공개했던 바 있다. 당시 도출된 고위험군 니켈 공급업체 1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으로 높은 인권 우려를 일으킨 러시아 소재였다. 에코프로는 이를 주시 후 올해 2월부터 상황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거래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외 리튬 공급망의 경우 공급망 정보 취합에 아직 제약을 가졌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일부에서 공급망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거나 고객 측에서 직접 공급 또는 특정 공급업체를 지정하는 경우가 있어 완전한 투명성 확보가 힘들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계약서 조항 추가, 공급망 투명성 관련 부속 계약서 체결로 이를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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