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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미국발 트럼프 리스크에도 '끄떡없다'①AI DC 확충 등 전선 수요 급증…초고압 전선으로 외부변수 '돌파'

유나겸 기자공개 2024-12-23 09:16:42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업계의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전선업계는 글로벌 전력망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전력 인프라 투자 본격화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린 덕분이다. 관련 산업 분야에 있는 전력설비 및 원자재 기업들도 동반 성장 중이다.

문제는 최근 변수가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다. 전력산업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비롯해 이전부터 보여왔던 보호무역 통상정책에 따른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허들이 높아질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외부 변수에도 현지 시장의 전력망 투자는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전력망의 수요가 보다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확산도 마찬가지 기대요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초고압 전선 등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선업계, 전례 없는 호황…수주·실적 '역대급'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1년 2만4000TWh에서 2050년 6만2159TWh까지 약 2.5배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 수요 증가 요인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충전 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이 꼽힌다.

이미 최근 몇 년 사이 전력망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겹쳤다. 실례로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AEP는 자사의 전력망 중 교체가 필요한 몫이 30% 가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전선업계들은 글로벌 전력망 수요 확대 흐름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LS전선,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다. 수주잔고 등을 보면 주요 전선 회사들의 실적 개선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시장에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업계 전반의 수주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 기업 동반 성장…IRA 혜택·미국 시장 경쟁력 유지될 듯

국내 전선업체들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후방산업인 전력설비 기업과 전선 원자재 기업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한전선과 LS전선 등을 전력 전달의 핵심인 전선 및 케이블을 제조·공급하는 역할, 효성중공업은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망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제공하는 전력기업이다. 풍산 같은 곳은 구리를 제조·공급하는 원자재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전선업 가치사슬에 함께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들 기업의 성장 전망에 '변수'가 지속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수는 한 달가량 남은 트럼프 취임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폐지, 보호무역 강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다만 전선업계에 트럼프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미국 전선 시장 경우 당분간 수요가 견고하고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력망 시장은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와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미국 내 전력 수요가 2024년 8TWh에서 2030년 652T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고압 전력망을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기업이 한정적이다. 대한전선과 LS전선 등 국내 전선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IRA 혜택 역시 줄어들 순 있지만 당장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제공된 혜택을 함부로 수정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작 2~3년 내에 IRA가 전면 폐지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경우 국내 전선업체들의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전선업체들은 IRA 48C 조항(친환경 에너지 및 탄소 중립 관련 사업)에 따라 각 프로젝트는 최대 30%까지 투자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

다만 전면 폐지되더라도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9월 5일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 후 IRA 전면 백지화가 돼도 LS전선이 미국에서 진행중인 투자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발전 믹스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전력 수요 증가는 변함없는 상수"라며 "업계 전반에서도 트럼프 당선이 국내 전선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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