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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해저케이블 강자' LS전선, 선제 투자 빛 봤다②마린솔루션 인수, 시공·유지보수 역량 확보…미국 시장 케이블 수요흡수 집중

유나겸 기자공개 2024-12-24 07:59:02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업계의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전선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부터 시공, 유지 보수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덕에 국내 전선기업 중 매출 볼륨이 가장 많다.

이면에는 적극적인 선제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LS전선은 2008년 동해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을 공장을 착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생산능력을 지속해 확대해왔다. 포설선 인수, LS마린솔루션과 가온전선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전선업계 호황기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넘어선 진입장벽, 글로벌 시장 '키 플레이어' 우뚝

LS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1위 기업이다. 1962년 5월 한국케이블공업 주식회사로 시작해 전력선과 통신선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전선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전선기업을 통틀어 매출과 수주잔고가 가장 많은 곳이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5조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5743억원 대비 11.36% 성장했다. 수주잔고는 2022년 말 3조2426억원에서 올 3분기 말 5조939억원까지 늘었다. 수주잔고가 2년여 만에 57% 증가했다.


특히 LS전선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영역은 해저케이블 분야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해저케이블 사업은 기술력과 자본이 동시에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다. 심해 지역에서는 수압과 온도 변화 등 극한의 환경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유지보수 과정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해저케이블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독점해왔는데 LS전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독일 NKT, LS전선이 전체 시장의 85%를 점하고 있다.

특히 LS전선은 유럽과 일본에서만 보유했던 전압형 HVDC(고압직류송전) 기술을 최근 상용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앞으로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다. 업계는 올해만 해도 미국에서 연간 2303km의 해저케이블이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 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

글로벌 어떤 기업 보다도 관련 수요 대응에 서둘러 나선 게 LS전선이다. 약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주정부로부터 총 1억4700만달러를 지원 받았다.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전선업체 중 최대 규모의 지원금을 LS전선이 받은 셈이다.

◇제조부터 유지보수까지 '토탈 솔루션' 구축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배경엔 포설선 인수, 기업 인수 등 적극적 투자가 있었다.

2009년 강원도 동해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립하며 해저케이블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생산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4공장까지 완공한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다.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해저케이블 사업은 제조와 설계뿐만 아니라 케이블을 옮기는 역량 및 시공과 유지보수 능력도 요구된다. 제조와 설계 이후 단계를 외부 기업에 의존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체적인 시공 및 유지보수 능력을 확보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먼저 케이블을 옮기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LS전선은 핵심 장비인 포설선을 인수했다. 포설선은 해저케이블 설치와 유지 보수에 특화된 특수 선박으로 정밀한 항법 장치와 케이블 관리 설비를 갖추고 있다. LS전선의 대표 포설선인 'GL2030'은 2022년 4월 첫 취항했다.

시공과 유지보수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기업 인수도 추진했다. 지난해 8월 LS마린솔루션(구 KT서브마린)의 지분 48.19%(현 62.1%)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해저 케이블 제조와 설계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시공과 유지보수는 외부 기업에 의존해왔다. LS마린솔루션을 통해 그 핸디캡을 극복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턴키(turn-key)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내 최초로 육지와 제주를 연결하는 전압형 HVDC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도 LS마린솔루션과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LS전선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전선 기업 최초로 턴키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국제 인증(ISO 21502)을 획득했다. 글로벌 입찰에서 LS전선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2008년 인수한 자회사 가온전선과의 시너지도 크게 내고 있다. 가온전선은 올 9월 열린 IR에서 LS전선과의 협력을 통해 해저케이블 해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해상풍력 외부망은 LS전선이 내부망은 가온전선이 생산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LS전선은 제조와 설계, 시공과 유지보수까지 포괄하는 역량을 갖추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해저케이블 시장에 가장 빠르게 진출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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