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톺아보기]열매컴퍼니, 시리즈C 포기…런웨이 확보 플랜B는③미술품 매각해 급전 마련…예비유니콘 선정에 일회성 현금 충당
이채원 기자공개 2024-12-24 07:48:59
[편집자주]
미술품, 음악 저작권, 건물, 한우, 웹툰까지 쉽게 사지 못하던 고가의 유·무형 자산을 조각투자로 살 수 있는 시대다. 2010년대부터 관련 사업을 벌이던 다수 조각투자업체는 2022년 말 파도를 맞닥뜨렸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가진다고 판단함에 따라 몇몇 업체는 사업을 잠시 중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큰증권(STO)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더욱 다양화되고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STO시장 개화를 기다리며 사업을 꾸려나가는 조각투자 사업자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열매컴퍼니는 올해 시리즈C 라운드를 열고 150억원 투자 유치에 나섰다. 기존 투자사를 비롯한 다수 투자사가 투자를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 투자 유치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라운드를 접게 됐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벤처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열매컴퍼니의 실적이 아직 적자라는 점이 열매컴퍼니가 이번 라운드를 마무리하지 못한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면서 200억원 한도 대출이 가능해진 점도 고려 요인이 됐다. 열매컴퍼니는 또 '울며 겨자먹기'로 보유한 미술품을 팔아 현금 70억원을 확보했다.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미술품을 사들이기 위해서다. 회사는 일회성 자금 확보가 아닌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향후 회사가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150억 시리즈C 도전…투자금 미술품 구매·글로벌 진출 활용 목적
열매컴퍼니는 올해 150억원 규모로 시리즈C 라운드를 진행했다. 지난 5월까지 절반 이상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라운드를 끝마치지 못했다. 1400억원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라운드를 열었고 이후 1070억원까지 밸류에이션 논의가 이어졌다. 회사가 지난 2022년 시리즈B 라운드 당시 받은 밸류에이션은 1020억원 수준이었다.
한 VC 관계자는 “투자시장이 혹한기라 이제는 성장성만을 가지고 투자를 받기는 어렵다”며 “회사가 2022년 이후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 VC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매컴퍼니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37억9800만원의 매출과 12억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해 79억5100만원의 매출을 냈으며 당기순손실은 22억3600만원 수준이었다.
당초 열매컴퍼니는 시리즈C 투자금을 미술품 매입과 신규 사업에 쓸 계획이었다. 투자금의 30%는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미술품 매입, 나머지 70%는 구리·한우·보이차와 같은 미술품 이외의 자산을 확보해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신규 사업은 원자재, 한우, 보이차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조각투자 발행을 진행하는 식으로 기획했다. 한우는 설로인, 보이차는 공부차와, 원자재는 고려아연과 같은 전문 기업과 조각투자 시스템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회사는 국내 규제 기조상 원자재 조각투자를 선보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국내에서 구리를 기초로 한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하겠다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해외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미술품을 사들이는 비용은 회사가 가진 미술품을 판매하면서 충당했다. 열매컴퍼니는 조각투자로 공모하지 않은 보유 미술품을 팔았다. 최종적으로 판매한 후 받은 액수는 70억원 수준이다. 70억원으로 현재는 내년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미술품을 사놓은 상태다.
◇중기부 예비유니콘 선정…글로벌 진출 자금 마련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자금은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표한 예비유니콘 기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마련했다. 중기부 예비유니콘은 투자실적 50억원 이상,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예비유니콘에 선정되면 최대 200억원의 특별보증을 받게 된다.
열매컴퍼니는 경쟁률 약 7대1을 뚫고 예비유니콘에 선정됐다. 이번 예비유니콘에는 107개 기업이 지원해 총 15개사가 최종 타이틀을 따냈다.
예비유니콘 사업에 선정되면서 회사는 200억원 한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0억원 중 15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다. 열매컴퍼니는 5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출 받아 글로벌 진출에 쓸 계획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토큰증권(STO), 실물 자산 토큰화(RWA)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일본 법인을 세우고 구리 조각투자를 판매하기 위한 기반을 닦을 예정이다. 현재 열매컴퍼니는 일본 거래소 내 원자재 RWA 토큰 발행을 위해 현지 협력 업체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토큰증권 업체들과 협력해 미술품과 원자재 토큰증권을 발행한다.
자체 개발한 미술품 가치산정 프로그램, 재고 관리 프로그램 활용도도 높인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가격산정프로그램을 금융권에 제공해 아트펀드, 미술품 담보대출 등 미술금융 서비스의 활성화를 지원한다. 또 미술시장에 특화된 운영솔루션을 구축해 국내외 갤러리에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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