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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백화점 3사]복합 쇼핑몰 '빛고을' 대첩 본격화[지방 출점 전략]④신세계·현대 지역법인 주도 투자 추진, 롯데 '리뉴얼'로 재단장

정유현 기자공개 2024-12-31 07:58:3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의 절반 이상은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 점포이거나 주요 지방 거점 지역에 들어선 대형 매장이다. 인구 절벽·지방 소멸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백화점은 폐점 수순을 밟는 게 최근의 흐름이다. 이커머스의 등장과 소비 침체가 맞물리며 주요 유통사들은 매출 부진 점포에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동시에 소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백화점 업계는 서울 지역 상권 성공 DNA를 지방 지역에 이식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 빅3 모두 대형유통시설 불모지로 꼽히는 광주·호남 지역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 사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빛고을(광주의 순우리말 표현) 지역에 복합 쇼핑몰을 구축해 숨은 쇼핑 수요를 잡아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성은 같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 쇼핑몰 제로, 명품·체험형 공간 수요 확대

약 15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광주는 호남 대표 도시지만 광역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복합 쇼핑몰이 한곳도 없는 지역이다. 유통 행태가 지역상인을 위주로 소상공인이 특정 지역에서 큰 시장을 구축해 운영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반대에 부딪쳐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호남 지역의 쇼핑 수요는 탄탄한 편이라는 평가 받았다. 광주 지역의 1인당 GDP와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고 전라남도를 넘어 전라북도에서 발생하는 소비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복합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지만 수요 욕구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쉽게 말하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어서 서울이나 부산 지역에 위치한 백화점으로 원정을 떠났다. '코로나19' 시기 일명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명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인력을 쓰는 중산층도 상당했다. 신세계와 롯데가 백화점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나 에르메스와 샤넬 브랜드가 입점된 곳은 없었다.

이런 수요를 읽은 대형사들이 일찍부터 광주 지역 개발에 공을 들였으나 빛고을은 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광주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었다. 대통령 방문 등 정치적 이슈가 배경으로 대두되긴 했으나 그 이유는 반짝 이벤트에 불과했다. 궁극적으로는 복합 쇼핑몰을 통해 지역 경제 성장을 원하는 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된 것이 유통사의 투자 계획 실행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 터줏대감 신세계, 스타필드와 랜드마크 백화점 '투트랙'

일단 백화점 3사 중 광주 지역의 터줏대감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지역 법인인 광주신세계를 설립하고 이 법인을 중심으로 1995년부터 광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업체 대비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광주 지역에 '스타필드'와 백화점을 동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광주 신세계 백화점을 확장해 '광주 신세계 Art & Culture Park'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광주 신세계 아트&컬처 파크 조감도
지난 7월 금호고속㈜ 소유의 유스퀘어 매입을 위해 4700억원의 실탄을 투입했다. 유스퀘어 전체부지 9만9000㎡ 가운데 광주신세계가 67%를, 금호고속은 33%를 소유하게 됐다. 유스퀘어 부지를 활용해 백화점과 터미널이 공존하는 초대형 복합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신세계 강남점과 유사한 전략으로 '랜드마크'로 키우는 방식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광주 지점에 호남 지역 최초로 '에루샤' 3대 브랜드를 유치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쇼핑몰과 문화·예술 공간을 아우르는 랜드마크급 백화점(복합쇼핑몰)을 2028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광주 지역 루키 현대백화점, 더현대광주 1.2조 투자 '힘 싣기'

신세계가 광주 지역의 터줏대감이라면 현대백화점은 '루키'로 불린다. 광주 지역에 현대백화점 점포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광주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터에 현지법인 도심형 문화복합몰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전방 측이 2020년부터 토지 계획 변경을 추진했는데 현대백화점이 그 시기부터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상으로 보면 광주 지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짜고 실행에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이 먼저다. 첫 진출 지역인만큼 롯데와 신세계보다 한 발 더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광주에 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보다 1.5배 큰 규모의 복합 쇼핑몰을 건립할 예정이다. 2027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와 현대의 광주 대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양사의 고객 시간 체류 강화 전략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이 충성 고객 층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한다면 더현대광주는 더현대서울의 성공 방정식대로 MZ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장 디자인과, 팝업 스토어를 운영할 것에 무게가 실린다.
더현대광주 조감도
현대백화점도 지역 법인인 더현대광주를 설립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건축·경관 공동위원회 심의를 받기 위해 건축물 조감도 관련한 서류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고 있으며 기존 건축물 철거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더현대광주에 2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쏴주면서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더현대광주의 유동성 확보는 외부 조달이 아닌 그룹 내부의 현금을 활용했다. 더현대광주 프로젝트에 대한 현대백화점그룹의 기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더 필요한 만큼 추가적으로 자본시장 통로를 활용할 것에 무게가 실린다.

◇신중모드 롯데, 수완점 리뉴얼로 '복합 쇼핑몰' 경쟁 참전

현대와 신세계가 광주 지역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의 관심은 롯데로 쏠렸다. 광주 지역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광주 지역 대규모 투자에 대해 신중 모드로 일관했다. 신세계와 현대가 광주 대전이 본격화되면 롯데백화점 광주 점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백화점도 변화가 감지된다. 광주 지역 복합쇼핑몰 출사표를 내놓은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2030년까지 7조원 규모 '타임빌라스(TIMEVILLAS) 그랜드 오픈·쇼핑몰 중장기 전략'에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리뉴얼 내용이 담겼다.

타임빌라스 수원 전경
수완점은 연면적 12만4275㎡,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다. 신세계와 현대처럼 대규모 투자 방향은 아니다. 기존 공간을 최상의 조건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이며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보다는 집객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중 아울렛 수완점을 복합쇼핑몰로 단독 리뉴얼하는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복합 쇼핑몰 개장 시기로만 봤을 때 광주 지역에서 3사중 가장 먼저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현대와 신세계가 맞불을 놓듯이 광주 지역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롯데쪽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컸었다"며 "그동안 신중 모드를 유지했는데 수완점 리뉴얼을 통해 롯데가 신세계와 현대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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