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10여 년 전 개발한 제품이 메가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유통기업 A사가 있다. A사는 반세기가 넘는 사사(社史)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존폐가 거론될 정도로 몇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위기 때마다 구성원들이 교체됐고, 현재는 주력 제품의 주요 타깃층인 MZ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자에게 A기업 탐방 당시를 회상하며 사옥 입구에서부터 활기가 느껴질 정도로 조직이 젊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서는 '젊은 피'로 구분되는 1970년대 후반 출생의 임원이 스스로를 '올드보이'라고 농담 삼아 부 정도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A기업의 행보는 사소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이런한 점은 직원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할 포인트였던 것 같다. 조직 개편이 발표되거나 주요 사업적 계약 체결 내용이 있으면 외부에 "우리 요즘 이렇다"라고 알리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국가의 존립을 좌우할 중요한 기술적 사안도 아니고 내부 소식을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의 외형이 커지고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정보 유출 이슈가 점차 빈번해졌다. 결국 신사업 조직에서 보안이 필요했던 사안이 의도치 않게 외부에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관리 조직에서는 직원들의 정보 유출 이슈가 향후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과거에는 유출 직원을 색출해 주의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이제는 직원을 찾아내기도 힘들 만큼 사세가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민을 털어놓는 A사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2013년 카카오를 처음 출입하던 당시가 떠올랐다. 그때의 카카오는 대기업이 아닌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성장하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었다. 이런 기업이라면 A사가 겪는 이슈가 많을 텐데 유독 내부 정보가 밖에 흘러나오지 않아 홍보팀에게 비결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외부에 정보를 공개할 때 먼저 직원들에게 공유를 하는 소통 문화가 자리 잡은 영향이었다. 경영진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임직원의 신뢰를 높였고 직원들은 회사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상 '주인의식'이 만든 결속력인 셈이다. 그 당시 카카오의 소통 방식은 A사가 참고할 만한 모범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고민이 표면화된 것은 MZ 중심의 수평 문화를 구축해 빠르게 성장한 A사가 이제는 내실 다지기를 통한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단순히 직원들에게 기밀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조직 문화 변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조직 문화 혁신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중요한 일원임을 깨닫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핵심 가치와 비전'을 재정립하고 공유하며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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