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비상계엄 후폭풍]수은 공급망채 태핑 먹구름…발행 스케줄 연기2000억 조달 계획 좌초…내년 초 재도전
권순철 기자공개 2024-12-30 08:02:09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2000억원 규모의 공급망안정화기금 채권(이하 공급망채) 발행을 2025년 초로 연기한다. 당초 23일 조달을 타진했지만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실망스러운 태핑 결과를 맞이하면서 스케줄 조정에 나섰다.수은으로선 내년도 공급망안정화기금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절실하다. 수은은 2025년 원화채 외에도 사상 첫 외화 공급망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기금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달 청사진을 가동 중이다.
◇올해 세 번째 공급망채 발행, 투심 악화에 스케줄 '연기'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까지 2000억원 규모의 공급망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태핑 준비에 나섰다. 올해 들어 3번째 원화 공급망채로 앞선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900억, 2100억원 조달을 마무리했다. 만기 구조는 1.5년물~3년물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채는 한국 정부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공급망 안정화'라는 국가적 비즈니스와 궤를 같이 한다. 첨단 전략 산업, 자원 안보, 국민경제 및 산업 필수재, 물류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 탄력적 밸류 체인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 지난 10월 첫 발행 당시 모집액의 2배가 넘는 수요를 확보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진 상황이 감지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수은은 23일 발행을 목표로 계획을 추진해왔지만 재검토로 방향을 선회했다.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태핑을 시도한 결과 수은이 생각하던 조건과의 괴리가 컸다. 앞선 두 차례 발행 때와 달리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도 기금 사업에 자금을 댈 수요가 있어서 선제적인 차원에서 발행을 추진했었다"며 "연말이기도 하고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목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대로 태핑 결과가 좋지 않아 발행 스케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수은은 내년 초 발행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치 혼란 국면이 지금 시점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를 발행의 적기로 판단한 측면도 있었다.
◇사상 첫 외화 공급망채 발행도 추진…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절실'
수은으로선 내년도 공급망안정화기금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절실하다. 기금은 지난 9월 초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시장에 공급망채권을 소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기 위해선 예상 외의 변수들이 해소돼야 한다.
세 번째 공급망채 발행의 태핑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수은은 정부 보증채라는 장점을 내세워 도합 4000억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정부가 보증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관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이번 사례는 항상 이와 같은 방식의 유인이 작동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수은은 내년도 기금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달 청사진을 차질 없이 작동하고자 IR 및 홍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수은은 원화 공급망채 뿐만 아니라 사상 첫 외화 공급망채 발행까지 준비하고 있다. 해당 외화 공급망채는 달러화로 쇼케이스를 치를 예정이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외화 공급망채인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관들과 비교해 아무래도 공급망 안정화 기금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다른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수은채와 어떻게 다른지부터 시작해서 정부 사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심도 있는 IR 과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탄핵 정국의 향방이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수은도 정치적 국면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 보증이 들어갔다고 해도 탄핵과 관련된 추가 불확실성이 증폭된다면 해외 투자자들도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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