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약바이오 마켓리뷰]'신사업 찾아라' 제약사 주도 M&A 눈길…사세확장 'HLB'[M&A]총 43건 거래총액 5.2조, 사업강화·글로벌 진출 목적 뚜렷
정새임 기자공개 2024-12-31 07:21:3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7: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제약·바이오 시장의 인수합병(M&A)은 제약사 주도 소규모 딜이 대부분이었다. 대원제약과 동화제약, 동국제약, 광동제약, 환인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사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M&A에 나섰다.주로 사모펀드가 주도하던 빅딜에 바이오텍이 참전한 점도 눈에 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루닛 등이 자신보다 규모가 큰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보아뱀 전략'을 선보였다. 인수 대상은 주로 해외 기업으로 빠르게 글로벌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이 컸다.
◇대원·동화·동국 등 전통제약사 사업역량 강화 움직임
30일 더벨이 더벨플러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집계한 2024년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계의 M&A는 총 43건이다. 인수규모가 매출액 대비 미미해 비공개거나 현금거래 없이 지분스왑(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진 딜을 제외한 총 거래규모는 약 5조2000억원에 달했다.
81%에 달하는 35건은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딜이었다. 제약사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강화하거나 새 캐시카우 확보를 목적으로 M&A에 나섰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대원제약은 화장품과 건기식 제조 기업 에스디생명공학 지분 65%를 65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제약 사업으로는 외형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오너 3세의 결단이 있었다.
동화약품은 셀트리온이 보유하던 '알보칠', '화이투벤' 등 일반의약품(OTC) 4종의 아시아태평양 9개 지역 판권을 370억원에 사들였다. 과거 셀트리온이 일본 다케다제약으로부터 인수한 OTC 사업권의 일부다. 까스활명수, 판콜 등 굵직한 OTC 제품들을 보유한 동화약품이 라인업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풀이됐다.
동국제약도 M&A로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동국제약은 5월 22억원에 위드니스를 인수한 뒤 10월 307억원으로 리봄화장품 지분 53.66%를 연이어 취득했다. 모두 뷰티 사업과 관련된 기업들이다.
동국제약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 성공으로 미용기기 '마데카 프레임'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뷰티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위드닉스를 통해서는 신규 미용기기 기술력을 확보하고 리봄화장품의 화장품 생산 역량을 내재화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CG인바이츠에 143억원을 지급하고 팬젠 최대주주로 오른 휴온스 역시 바이오의약품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계열사 휴온스랩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팬젠을 더해 시너지를 꾀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광동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 환인제약의 M&A는 신사업 진출 목적이 크다. 광동제약은 프리시젼바이오 인수로 체외진단기기에 진출했고 환인제약은 비피도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활용한 건기식 사업 진출을 꾀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처음으로 신약개발기업 큐리언트를 인수함으로써 신약 개발을 본격화한다.
◇올해만 4건, HLB그룹 M&A 통한 사세 확장
HLB그룹의 공격적인 M&A 행보도 주목할 지점이다. 올해만 4건의 딜을 성사시켰다. 소규모 딜은 계열사 단독으로 진행하고 규모가 큰 딜은 여러 계열사가 함께 참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노포커스(현 HLB제넥스) 인수다. HLB와 HLB파나진,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등 7개 그룹사가 인수와 증자 등으로 제노포커스 지분 26.48%를 확보했다. 인수규모는 800억원이다. 제노포커스는 산업용 효소 생산 기술을 지닌 곳으로 HLB그룹의 바이오헬스케어 소재 사업 확장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계열사 단독 딜로는 HLB의 신약 개발 기업 뉴로토브 인수가 있다. 지분 73.02%를 160억원에 매입했다. 대표 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을 이어갈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 목적이 크다. 뉴로토브는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치료제 등 뇌질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HLB바이오스텝은 100억원에 비임상 GLP 독성시험 전문기업 크로엔(현 HLB바이오코드)을 인수했다. HLB파나진은 초정밀 진단기업 바이오스퀘어 인수로 면역진단 사업 확장을 도모했다.
◇오리온이 쏜 바이오 빅딜, 바이오텍도 글로벌 인수전 참전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굵직한 딜은 대부분 사모펀드(PEF)가 주도했다. 국내 최대 의약품유통기업 지오영의 최대주주가 블랙스톤에서 MBK파트너스로 바뀐 딜이 대표적이다. 거래금액 1조1860억원으로 규모 면에서 가장 컸다.
미용기기 제조 기업 제이시스메디칼을 8000억원에 인수한 곳도 사모펀드다. 프랑스 사모펀드 운용사 아키메드가 딜을 성사시켰다. 맥쿼리자산운용은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합성의약품 CDMO 기업 제뉴원사이언스를 7873억원에 인수했고 보령의 백신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는 유진프라이빗에쿼티와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사모펀드 주도의 대형 딜이 잇따른 가운데 국내 대기업그룹인 오리온의 바이오 M&A가 큰 화제로 올랐다. 올해 1월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강자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홍콩법인 팬 오리온(PAN ORION)을 통해 5485억원에 인수했다.
R&D 역량이 없던 오리온그룹의 본격적인 바이오 진출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창업멤버들의 승계와 안정적인 성장을 고민하던 차에 양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딜이 속전속결로 이어졌다. 현재 오리온그룹 오너 3세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바이오 생태계를 익히고 그룹의 중추사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이 규모가 큰 해외 기업을 인수해 글로벌 입지를 다지는 딜도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IDT바이오로지카를 3344억원에 인수했다. IDT바이오로지카는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대형 CDMO 기업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더 많은 매출을 냈다.
1조원 이상 현금을 쌓아뒀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첫 M&A로 어떤 기업을 점찍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선택은 단기간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CDMO 기업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력사업인 백신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위탁생산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DT 인수가 단지 캐시카우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빠르게 글로벌 공급망과 파트너사를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루닛은 뉴질랜드 AI 기반 진단 기업 볼파라를 2647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인수를 발표했고 올해 딜이 마무리됐다.
볼파라는 약 300억원의 매출을 내는 곳으로 루닛보다 덩치가 더 크다. 루닛이 빅딜을 감행한 건 볼파라가 확보한 미국 의료기관 네트워크로 조기 미국 진출을 이루기 위함이다. 더불어 볼파라가 수집해온 미국 내 1억장이 넘는 유방촬영 이미지로 초고도 AI 구축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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