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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승부수]리밸런싱 기반 'AI' 승부수 띄운 최태원 회장"격변하는 글로벌 시장‥SK의 강점 활용해 AI 주요 기업으로 설 것"

고설봉 기자공개 2025-01-03 07:14:01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을 열면서 강조한 키워드는 변화와 실천이다. 올해도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다변화 등 기업들의 대내외 경영환경이 얼어붙은 가운데 생존을 위한 태세를 갖추자는 경영기조를 그룹사 안팎에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최 회장의 위기의식은 여전히 강하게 나타났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이메일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지난이행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지난이행’이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SK그룹.

◇리밸런싱으로 핵심사업 시너지 높이고 신성장 동력 발굴

최 회장의 위기의식은 SK그룹 중복사업 및 비주력사업 정리라는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졌다. SK그룹은 빠르고 과감하게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하며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비대해진 그룹의 몸집을 슬림하고 탄탄하게 만들면서도 그룹 전반에 쌓인 부실을 털어내는 게 목표였다.

SK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했다. 삼성, 현대차, LG와 비교해 너무 몸집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SK그룹은 지난해 초 716개에 달했던 SK㈜의 종속기업 수를 지난해 말 660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중복 사업을 통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한 데 따른 결과다.

단순히 몸집만 줄인 것은 아니다. 그룹사 내 인수합병(M&A)과 제3자 인수합병 등을 통해 부실화된 계열사를 정리하거나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가 전체적으로 개선됐다. 2023년 말 14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28%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84조2000억에서 76조2000억원으로 줄였다.

실적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SK그룹은 2022년 총 2조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18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2022년 7조7300억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5조4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SK그룹 리밸런싱 핵심으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 지배구조 개편. *출처=SK그룹.
리밸런싱 과정에서 이뤄진 계열사간 합병으로 최 회장 등의 SK그룹 지배력도 확대됐다. SK㈜는 유동성 동원 없이도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2%에서 55.9%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1.8%에서 62.1%로 증가했다.

SK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SK㈜의 지분 확대는 최 회장 등의 경영권 강화로 이어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73%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 6%를 합치면 SK㈜ 특수관계인 지분은 23.73%에 달한다.

◇위기에 맞서는 SK그룹, AI로 띄우는 미래

리밸런싱 과정에서 최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에너지, 반도체, AI, 바이오 등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자회사들의 질적 성장을 견인한다늠 목표를 내걸고 리밸런싱을 추진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해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했다. SK수펙스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TF를 확대 운영키로 했다. SK그룹은 또 AI 사업 도약을 이끄는 SK하이닉스 출신 인재들을 계열사 곳곳에 배치하며 AI DNA 확산에 나섰다.

그룹 내에서 AI 사업에 집중하는 곳은 SK네트웍스다. 리밸런싱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AI를 낙점하며 차근차근 바닥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SK렌터카 등 주력 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 신사업 확장의 포석도 마련했다. AI 분야의 해외 유망 스타트업 지분을 사거나 관련 펀드에도 출자해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SK텔레콤도 최근 서울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를 열며 AI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SKT는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의 35%(10조5,000억원)를 AI에서 벌어들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DC 사업을 통해 ‘서비스형 GPU(GPUaaS)’ 사업에 진출하는 등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이 CES 2025 SK 그룹 전시관 내 다양한 AI DC 솔루션을 전시한다. *출처=SKT.

이러한 SK그룹의 AI 사업 확대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 기술,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와의 협업 역량, 에너지 솔루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은 AI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면서 “각 멤버사가 새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고 고객에게 제공하면 AI 밸류체인(가치사슬)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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