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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스타트업의 겨울나기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5-01-07 08:20:29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이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얼어붙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몇 년 째 지속되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등 일부 자금이 쏠리는 딥테크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여러 업종 중에서도 가장 힘들어하는 곳은 단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다. 2020년 팬데믹 발발 이후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이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 유치한 자금(런웨이)으로 1~2년가량 버텼지만 현재는 데스밸리에 인접한 곳들이 많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 않았는데도 VC들이 투자 좀 하게 해달라고 해서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이 많았습니다. 플랫폼 스타트업은 B2C 모델이 대부분인데,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수반되죠.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할테니 MAU(월간활성자수)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1위로 올라서라고 주문한 VC들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서 약속을 지킨 VC는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플랫폼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배경엔 VC들의 ‘묻지마’식 투자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넘치는 유동성 속에 당시 핫했던 플랫폼 기업으로 자금이 쏠렸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사)에 등극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플랫폼 기반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스타가 된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타트업은 고전하고 있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해외여행이 제한 받던 시절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지만 현재는 MAU 및 거래액 감소에 힘들어 하고 있다. 중고 명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초저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안타깝지만 의미 있는 투자 유치 소식은 요원하다.

리걸테크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법무부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취소하는 등 로앤컴퍼니의 로톡 서비스가 특정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은 아니라고 판단한 지 1년 3개월 여가 지났지만 관련 규정 제정은 여전히 미비하다. 정책이나 규제 리스크가 있는 업종이나 업체에 투자하지 않는 VC가 적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적인 자금 수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각 투자 플랫폼 업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런웨이는 바닥이 드러나 보이는데 VC들은 수익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흑자전환에 성공하거나 BEP(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전까지 투자 유치는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임직원 수를 몇 명까지 줄이라고 구체적인 인력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곳까지 있다고 한다.

최근 플랫폼 스타트업이 고전하는 것은 무분별하게 자금을 투입한 VC들만의 실수도,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심산으로 자금 유치에만 몰두한 기업만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만들어낸 불운의 산물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유독 추운 이 겨울을 잘 지날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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