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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의 무게감 [thebell desk]

김슬기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25-01-06 08:16:38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기업 이사회 의장과의 대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다음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장과 만나길 원합니다."

최근 만난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투자 금액도 상당하고 투자 기간도 길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이 실제로 전문적이고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었다. 또 이사회 의장이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하고자 한 기업의 주가가 경쟁사 대비 저평가되었다면 이를 어떻게 타개할지, 비축한 현금이 많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배당은 어느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지 등을 직접 듣고 싶은 것이다. 감사위원장에게는 해당 회사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향후 문제가 될 만한 이슈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감사위원회 위원들의 대외적인 활동은 외부 기관투자자를 만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장기업들이 매년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받을 때 이사회 의장에 대한 인터뷰가 포함되기도 한다. 물론 우수한 기업을 가려내는 과정에서만 이사회 의장 심층 인터뷰가 진행되지만 이들의 대답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개정 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서 올 연말까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한다. 업권과 자산 규모에 따라 도입 시기는 다르지만 금융사라면 2026년 상반기까지 도입을 완료해야 한다. 임원과 대표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장에게까지 책무를 배분하면서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무거워졌다.

이런 가운데 실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프로세스는 어떨까. 이사회 의장이 된 취재원들에게 문의하면 "제일 나이가 많아서 된 거 같다"라든지 "이사회에서 가장 오래 있었더니 하게 됐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견 단순한 대답이지만 대부분 상장기업이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가장 손쉬운 원칙이기도 하다. 이는 사외이사가 의장인 경우다.

물론 사외이사 중 단순히 연장자거나 경력이 오래 됐다고 해서 모두가 의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만났던 이들 대부분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의장이 됐다기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이력이 훌륭했다. 실제 글로벌 네트워크도 상당하고 해외의 기관투자자들을 만나서 무리 없이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었다.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두는 경우도 많다. 대표이사의 경우 회사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각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든지 간에 점점 이들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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