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oard League Table]'100위권 딱 하나' 두산그룹 힘못쓴 이유 있다[그룹]오너 중심 이사회 구성, 이사 평가 시스템 부재…구조적 문제 계열 전반 존재
이민호 기자공개 2025-01-15 08:01:4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대부분 계열사가 이사회 평가에서 두산밥캣(43위)을 제외하고 총점 상위 2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부진했다. 오너와 대표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 이사 평가 시스템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가 계열사 전반적으로 나타났다.◇두산밥캣 빼고 모두 200위권 밖…두산밥캣 경영성과 최상위권
theBoard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 결과에 따르면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이사회 평가에 평가대상 기업으로 포함된 두산그룹 계열사는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두산테스나, 두산퓨얼셀 등 6곳이다. 두산그룹 전체 상장사 7곳 중 오리콤을 제외하고 모두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두산그룹 계열사 중 총점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된 곳은 두산밥캣 1곳에 불과했다. 두산밥캣은 총점 255점 만점에 172점을 기록하며 43위에 올랐다. 나머지 5곳 계열사는 모두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 두산에너빌리티가 132점으로 202위에 올랐고 두산이 131점으로 210위에 올랐다. 두산테스나(123점·257위), 두산퓨얼셀(121점·275위), 두산로보틱스(114점·322위)가 뒤를 이었다.
두산밥캣이 그나마 상위에 안착한 데는 경영성과 지표에서 우수한 지표를 거둔 점이 주효했다. 두산밥캣은 경영성과 지표에서 55점 만점에 50점을 받았다. 전체 평가대상 기업 중 두산밥캣보다 경영성과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53점 1곳과 51점 12곳 등 13곳뿐이다.
두산밥캣은 경영성과 지표에 포함되는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차입금/EBITDA 등 대부분 항목에서 5점 만점에 최고점수(5점)를 받았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최저점수(1점)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밥캣은 오랜 기간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低)PBR주로 꼽혀왔다.
◇오너 중심 이사회 구성…이사 평가 시스템 부재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이번 이사회 평가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오너 중심의 이사회 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이 구조는 구성 지표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로 반영됐다. 구성 지표는 45점 만점인데 그나마 높았던 두산밥캣이 25점에 그쳤다. 두산 23점, 두산에너빌리티 22점이었고 두산로보틱스(19점)와 두산테스나(18점)는 2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가 아니라 오너이거나 대표이사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사회 의장을 오너나 대표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사회 의장을 오너일가인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이, 두산로보틱스는 오너일가인 박인원 사장이 각각 맡고있어 관련 항목에서 최저점수에 머물렀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로 관련 항목에서 2점에 그쳤다.
이사회 내 위원회 수가 비교적 적은 점도 저조한 점수의 원인이 됐다. 다양한 위원회의 활발한 활동은 이사회 중심 경영의 토대가 된다. 상법상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이상이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추위와 감사위원회를 제외하면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은 내부거래위원회 1곳뿐이다.
이외에 대부분 계열사에서 전체 이사에서의 사외이사 비중이 절반을 갓 넘기는 점이나 이사회사무국 없이 다른 조직에서 이사회 지원업무를 겸하는 점 등이 점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구성 지표와 함께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저조했던 또다른 지표가 평가 개선 프로세스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는 만점이 35점인데 두산그룹 6곳 계열사 중 20점을 넘긴 곳이 한 곳도 없었다. 두산밥캣 19점, 두산로보틱스 15점이었고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14점이었다.
이사회에 대한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는 이사회 활동 개선과 재선임 여부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 두산그룹 6곳 계열사 중 이사회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나마 두산밥캣과 두산퓨얼셀이 사외이사 지원조직에서 평가보다 낮은 수준인 모니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적시할 뿐이다.
이외에 견제기능 지표에서도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 지표의 만점은 45점으로 두산밥캣 35점, 두산에너빌리티 30점, 두산 29점 등이었다. 두산그룹 계열사 공통적으로 두산밥캣(5회)을 제외하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들 계열사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명문화하지 않은 점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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