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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글로벌 정면승부]픽업트럭 첫 공략지 '중동·호주', 최종 목적지 '미국'⑨픽업트럭 충성 고객 확보에 총력…GM과 픽업트럭 개발 맞손

박완준 기자공개 2025-01-31 13:46:4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변곡점에 섰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크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탄탄하게 판매를 이어가던 한국과 유럽, 신흥국 등에서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중국계 브랜드의 가세로 글로벌 경쟁은 한층 격해지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내연기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치가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공격적으로 내놓는다. 글로벌 ‘톱3’를 넘어 ‘빅2’ 도약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 현황을 짚어보고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5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브랜드 시대다.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전 브랜드 콘셉트를 정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제품의 방향에 맞게 그리고 강점만을 살려 고객이나 대중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남기는 것이 주된 목표다.

브랜드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2000년대 미국과 인도 등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성비' 브랜드로 분류되며 택시와 렌터카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며 제값 받기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해 웃돈을 주고서도 구매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고급화 전략은 올해도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고급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중동과 호주에 다수의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해 브랜드 명성을 쌓는 것으로 목표한다. 이후 GM과 포드 등 정통 픽업트럭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미국까지 발을 넓혀 수익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중동 넘어 호주까지…픽업트럭 명성 쌓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에서 브랜드 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과 호주를 선제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정통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미국을 공략하기 전 픽업트럭 판매 비중이 높은 중동과 호주에서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미국 내 픽업트럭 강자로 불리는 GM과 포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뺏어오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일머니 기반의 구매력을 갖춘 동시에 '럭셔리 브랜드' 선호가 강해 고수익 제품의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도 크다. 중동 자동차 시장은 2022년 연 판매량 229만대에서 2030년 300만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기아의 픽업트럭 모델 '타스만'.

이에 현대차그룹은 픽업트럭 모델 '타스만'을 사우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역 특화된 모델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사우디에서 점유율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위인 도요타의 점유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어 점유율 추월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판매량 55만대를 목표로 현지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내년까지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연 5만대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소형 SUV 시로스의 사우디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2018년부터 여성의 운전이 허용된 이후 젊은 여성들의 소형 SUV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호주에서도 시장 리더십을 목표로 적극적인 판매 확대에 나선다. 특히 지난해 2년 연속 연간 판매 4위에 이름을 올린 기아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수요를 늘리는 데 힘을 쏟는다. 올해는 사우디에서 공개한 타스만도 출시해 호주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호주는 연간 20만대 이상 픽업트럭이 판매,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기아는 호주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기아는 타스만을 통해 일본 토요타, 미국 포드의 중형 픽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호주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목표다.

◇'픽업트럭 본토' 북미 목표…브랜드 전략 통할까

현대차그룹은 중동과 호주에서 픽업트럭 상품성을 인정받은 후 북미 시장까지 발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세단 판매량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연간 280만~300만 대가량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다섯 대중 한 대는 픽업트럭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현대차가 준중형 SUV 투싼을 기반으로 만든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출시했다. 하지만 2021년 1만42대를 시작으로 2023년 3만6675대, 지난해 3만203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기아는 픽업트럭을 판매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픽업트럭 전동화 모델로 북미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픽업트럭 시장이 아직 가솔린과 디젤 중심인 것을 감안해 전동화 모델 출시일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기아의 타스만이 북미 공략의 핵심 모델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픽업트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GM과 손잡았다. 픽업트럭을 공동 개발하는 등 판매 볼륨을 늘리는 데 협업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차가 생산한 자동차에 GM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거나, GM이 생산한 자동차에 현대차 엠블럼을 부착해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해 개발비를 줄이고 신차 출시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 시장은 브랜드 충성 고객 확보에 따라 입지가 굳혀진다"며 "중동과 호주에서 픽업트럭 상품성을 인정받아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할 시 북미 시장에서도 픽업트럭 판매량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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