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키플레이어 MSP 점검] 베스핀글로벌, 가파른 성장에 가려진 저조한 수익성①지난해 조정 EBITDA 흑자 기록 '반전' 불구, 누적 적자 탓 '자본잠식'
최현서 기자공개 2025-01-31 13:13:07
[편집자주]
국내 클라우드 도입 기업의 80%는 MSP와의 계약을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받고 있다. 적합한 클라우드 선택, 최적 비용을 설계해 주는 MSP는 시장에서 막대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올해 발생한 IT 블랙아웃 사태로 멀티 클라우드가 해결책으로 대두되면서 MSP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또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MSP 기업들은 상품 차별화, AI 결합 등 클라우드 설계에만 국한하지 않는 종합 IT 관리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며 시장 판을 키우고 있다. 대기업 SI 계열사부터 보안기업까지 국내 주요 MSP 플레이어들의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10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스핀글로벌은 국내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MSP) 기업 중 후발주자에 속한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할 때와 맞물린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생긴 다른 기업들보다 시작은 늦었다.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로 후발주자로서의 불이익을 상쇄했다.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50%에 육박한다. 300억원대였던 한 해 매출은 어느새 4000억원을 넘겼다. 국내 정상급 MSP 기업으로 거듭났다.
다만 국내의 여타 MSP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은 저조했다. 창립 이후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속된 적자로 2년 연속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면서 반전의 여지는 열어뒀다.
◇유전자 치료 박사 과정 접고 IT 입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창업자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3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의 아버지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전자 가전부문을 이끌었던 이해민 전 삼성전자 대표다. 1983년 당시 이해민 전 대표는 삼성전자 최초의 해외법인 '미국제조법인(SII)'의 법인장이었다.
이 창업자의 첫 이력은 IT와 멀다. 그는 미국 시카코대 생물학을 공부하며 유전자 치료 분야의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 실험를 한 번 하기 위해서는 회차당 1만달러(1431만원)를 지불해야 했다. 이 창업자에게 1만달러는 큰 부담이었다. 바이오 시장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바이오 분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이때 이 대표의 대학 선배가 인터넷 산업의 밝은 미래에 대해 귀띔했다. 월드와이드웹(WWW)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시기다. 이 대표는 선배의 말을 듣고 1998년 웹 호스팅 업체 '호스트웨이'를 세웠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4년 5억달러(7170억원)를 받고 미국 사모펀드에 호스트웨이를 팔았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분야에 연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감당해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이는 반대로 이 창업자가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을 세운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거대 유통업체가 클라우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고 클라우드의 시대를 확신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이 창업자는 2015년 베스핀글로벌을 세웠다.
◇빠르게 커진 덩치, 지속된 손실 '부담'
이 창업자는 홍콩에 위치한 금융사 '유한회사 뉴베리글로벌'을 세우면서 베스핀글로벌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베스핀글로벌의 최대주주(지분율 99.9%)인 뉴베리 글로벌은 현재 이 창업자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뉴베리글로벌은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 정보만 공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 법인 정보는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의 정확한 실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의 성장세는 사실상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와 비례한다. 2018년 연결 기준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의 매출은 374억원이었지만 2023년 4059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연 평균 성장률은 48.8%에 달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다양한 CSP에 MSP 서비스를 제공한 효과를 누렸다. 베스핀글로벌은 CSP 대신 고객사의 환경에 맞게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관리해왔다. 이러한 서비스 재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가 핵심 수익원이었다.
이러한 수익모델(BM)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해외 CSP가 국내 민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만큼 MSP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이 BM을 채택한 베스핀글로벌은 덩치를 급속도로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BM은 마진이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통상적인 마진율은 5~7%로 알려졌다.
저조한 마진율은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이 한번도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8년 412억원이었던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399억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 누적된 적자로 인해 2022년부터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2년과 2023년 자본잠식 규모는 각각 194억원, 33억원이다.
2022년부터 영업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2년 219억원이던 영업적자는 2023년 28.3% 줄어든 157억원이다. 특히 베스핀글로벌 한국 법인은 지난해 조정 EBITDA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창립 이래 처음이다.
조정 EBITDA는 영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감가상각비와 같은 비현금비용이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순수 영업 성과를 보여준다. MSP 기업의 경우 △마진율 조정 △고객 이탈률 감소 △신규 계약 증가 등이 조정 EBITDA 증가로 이어진다. 단기적인 마진율 조정은 어렵기 때문에 구독 중인 고객사 유지, 새 계약 증가가 수치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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