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DGB금융, '외부 자문기관' 협업 첫 사례 남겼다컨설팅사 무진어소시에이츠와 승계 절차 정립…'겸직 해소' 남은 과제
최필우 기자공개 2025-02-03 12:38:24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09시5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은 외부 자문기관 협업 강화를 골자로 승계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은행장을 선임할 때 서치펌을 활용하는 곳은 다수 있으나 이를 회장 승계에도 적용한 곳은 DGB금융이 최초다. 이사회사무국과 사외이사의 권한을 꾸준히 강화하고 경영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개선이 가능했다.HR 컨설팅사 무진어소시에이츠와 장기간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게 비결로 꼽힌다. 무진어소시에이츠는 금융권 최초로 iM뱅크의 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지난해 회장 승계 절차에도 기여했다.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 체계가 지속되고 있는 건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승계 프로그램 '은행장→회장' 확대 적용
DGB금융이 지난해 공시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경영자 후보군 14명을 관리하고 있다. 이중 내부 후보는 5명, 외부 후보는 9명이다. 외부 후보군은 외부 자문기관 추천 인사 중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승계 절차가 임박해서야 외부 후보군을 꾸리는 대다수 금융지주와 달리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외부 후보군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DGB금융은 과거 대표이사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며 금융 당국의 비판에 직면한 전례가 있다. 당시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등 제왕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게 감시와 견제 기능을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김태오 전 회장이 취임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금융권 최초로 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거나 회장이 염두에 둔 후계자를 은행장으로 지목하는 게 당연시 됐으나 승계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졌다. 승계 절차에 외부 자문기관을 참여시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2020년 임성훈 전 행장이 선임됐다. 2022년 황병우 회장이 행장으로 선임될 때, 최근 황 회장이 행장 임기를 연임할 때도 승계 프로그램 평가를 거쳤다. 황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지만 이같은 절차가 마련돼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았다. 최근엔 '셀프 연임'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은행장에게만 적용되던 외부 자문기관 협업 체계는 지난해 회장 승계 절차로 확대 적용됐다. 몇몇 은행이 DGB금융을 벤치마킹해 은행장 선임에 외부 자문을 반영했으나 회장 승계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한 건 최초다. 금융감독원이 외부 자문기관 협업을 권장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을 수립할 때도 DGB금융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진-황병우 회장, 승계 프로그램 합작 인연
선제적인 은행장·회장 승계 프로그램 정립은 컨설팅펌 무진어소시에이츠가 있어 가능했다. 무진어소시에이츠는 김·장 법률사무소 출신 김병전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HR 컨설팅에 특화돼 있다. 하나금융 인사 담당 부사장이었던 김 전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DGB금융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김 대표는 황 회장과도 인연이 있다. 황 회장은 무진어소시에이츠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승계 프로그램 정립이 한창이던 2018~2021년 이사회사무국장으로 재직했다. 이사회사무국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외부 자문기관과의 협업을 맡고 있다. 이사회사무국장으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승계 프로그램 정립에 기여한 황 회장이 지주 CEO에 취임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회장-행장 겸직 체제 해소는 과제다. 황 회장은 올 연말까지 DGB금융 회장과 iM뱅크 은행장을 겸직한다. 회장-행장 겸직을 바탕으로 CEO는 강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으나 권한 분산과 감시·견제 체계 마련에는 적합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당국 제재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그룹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올 연말 iM뱅크 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이 겸직 해소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도 DGB금융이 안착시킨 외부 자문기관 협업 프로그램이 바탕이 된다. DGB금융과 iM뱅크는 행장 후보군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제공해 차기 리더를 육성하고 있다. 부행장급 인사를 중심으로 숏리스트가 확정되면 검증 작업이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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