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제도 대격변]잇따른 후행적 제도 손질, 혼란 커지는 시장①2022년 이후 잦은 개선, 디테일 '부족' 평가
김슬기 기자공개 2025-01-31 08:29:20
[편집자주]
2024년 자본시장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뒤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2025년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제도와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손질했다. 더벨은 이번 금융당국의 개선안, 특히 IPO 제도의 구체적인 변화 내용과 시장 반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15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또 다시 기업공개(IPO) 제도에 손을 댔다. 이는 2024년 초 정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했던 자본시장 밸류업의 연장선에 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진입 단계에 있는 IPO 제도와 저성과 기업의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시장에서는 자본시장 밸류업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이나 세부 내용들에 대해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2년 기관투자자 허수성 청약 방지를 위해 IPO 제도를 개편한 이후 빈번하게 제도를 손질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LG엔솔·파두 사태에서 촉발, 3년새 4번 개선안 발표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IPO 제도 개선안을 발표해왔다. 최근 3년간 네 차례에 걸쳐 개선안을 내놨다. 꾸준히 IPO 제도 손질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장주식이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도 손쉽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다만 당국의 방향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1경5000조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허수성 청약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그해 12월 허수성 청약 방지를 위해 주금납입능력 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수요예측 제도를 뜯어고친 것이었다.
기관투자자가 주금납입능력 내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 큰 골자였다. 이는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자기자본이나 펀드 규모(AUM)를 초과하는 주문을 넣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수요예측 기간도 2일에서 5일로 연장됐고 상장일 가격 변동폭도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됐다. 2022년말 개편된 제도는 2023년 하반기 본격 시행됐다.
2023년 7월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기술특례상장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를 산정하도록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활용해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2024년 5월에는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 등을 내놓으면서 실사업무를 강화하고 공시 강화, 수수료 개편 등을 제시했었다.
반년 만인 올해 1월 '주식시장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IPO 제도 쪽은 기업가치 기반 투자를 위해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도입 △ 소규모 사모운용사 및 투자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 △ 코너스톤, 사전수요예측 도입 지속 추진 등을 제시했다. 단기간 내에 수차례 제도를 변경한 것이다.
◇"단타 위주 시장 분위기 형성에 제도 개편도 한몫"
다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방향성에서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시장 왜곡을 가져온 데에는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도 봤다. 특히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 부분과 가격 변동 상한을 높힌 부분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 초기 가격발견기능을 강화했다"고 표현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봤다.
오히려 가격 상한이 높아지면서 상장일 급등 현상이 반복되면서 일어났고 수요예측 단계에서 가격은 높이고 기관확약을 포기하는 쪽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배정 물량을 늘리기보다는 단기 매도 전략이 수익을 내기에는 더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IB업계 관계자는 "과열된 시장을 잠재우겠다고 기관 수요예측 기간을 늘리고 첫날 가점 등을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약을 굳이 걸지 않고 단타로 수익을 내는 쪽으로 선회됐다"며 "정책이 잘못됐던 부분인데 갑자기 확약을 걸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제도를 바꾸는 구조여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도 개편이 이뤄지는 타이밍도 적절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2022년에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IPO 시장이 급격히 꺾이던 시기였다.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조 단위의 코스피 대어가 한동안 사라졌다. 그나마 2024년 상반기엔 시장이 활황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상장 당일 공모가액을 하회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12월 비상 계엄령 선포 등으로 커진 시장 불확실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그나마 LG CNS IPO가 잘 마무리 되고 있는 시점인데 당황스럽다"며 "제도 개편을 진행하면서 시장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개편안이 그대로 시장에 적용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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