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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억울한가 [thebell note]

백승룡 기자공개 2025-02-04 08:20:03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두 번째 기업공개(IPO)도 좌초됐다. 지난해 하반기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뒤 ‘철회’가 아닌 ‘연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상장 기한인 2월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수요예측 당시 케이뱅크가 제시한 목표 시가총액은 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 3조9768억원, 상단 기준 5조233억원. 2022년 초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최대 규모였다.

케이뱅크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됐다”며 짐을 쌌다. IPO를 철회하게 된 이유는 내부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 즉 증시가 침체된 탓이라는 의미였다. 타이밍이 얄궂다. 케이뱅크가 IPO 철회를 결정한 직후 LG CNS가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목표 시총은 밴드 하단 기준 5조2028억원, 상단 기준 5조9972억원. 공모 규모로나 시총 규모로나 케이뱅크를 뛰어넘었다.

LG CNS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 2월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보다 더 큰 덩치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문제는 주식시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주관 증권사의 역량 차이였을까. 케이뱅크의 국내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LG CNS는 KB증권이었다. 공교롭게도 주관사마저 겹친다. 문제는 외부요인이 아닌 케이뱅크 스스로에게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은행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메기’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은행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신·수신 비즈니스에서 케이뱅크는 쉬운 길만 택했다. 여신에서는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성 없이 주식담보대출에 매달렸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7조원을 넘어 전체 대출 대비 45.7%에 달했다. 수신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예치금 의존도가 높아 ‘코인뱅크’라고 불릴 정도였다.

실망은 외면으로 이어진다. 원화예수금 규모는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토스뱅크에게 뒤처졌다. 원화대출금 규모도 16조원 안팎으로 카카오뱅크(약 43조원)와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토스뱅크(약 15조원)에도 따라잡히기 직전이다. 결국 두 차례에 걸친 IPO 실패는 케이뱅크가 택한 '쉬운 길'의 결과물인 셈이다. IPO 시장은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투자할 이유가 있는 기업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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