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회사채 만기에 풋옵션까지…상환 대응 '고심' 차환 어려워져 CP 발행 확대…ABS·은행차입 등 검토중
백승룡 기자공개 2025-01-21 08:04:4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가 내달 3000억원대 차입금 만기도래를 앞두고 차환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는 출범 이후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던 ‘정기 이슈어(issuer)’였지만, 신용등급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돼 당분간 공모조달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통상적인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이 어렵게 되면서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 은행 차입 등 가용할 수 있는 조달 수단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 성패에 따라 최대 3000억원 안팎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대응 부담까지 짊어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 롯데케미칼 여파에 공모채 포기…CP 시장 ‘기웃’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내달 총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1억원으로 상환 예정금액에 현저히 못 미친다. 금융상품 등 기타유동금융자산까지 더하면 약 5000억원 수준까지 대응여력이 커지지만, 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전액 상환을 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년의 방식대로라면 연초 회사채 시장을 찾아 차환 발행에 나섰겠지만, 롯데지주는 일단 회사채 발행이라는 선택지는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는 신용등급이 AA-로 낮아진 상황인데 지난해 6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A급 비우량등급으로 강등될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말까지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 롯데월드타워 담보를 통한 은행권 지급보증 전환 등 홍역을 치른 데 따른 시장의 우려스러운 시선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물량은 CP 발행을 통해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12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하면서다. 통상 CP는 만기 1년 이내지만, 롯데지주가 발행한 CP는 △1.5년(100억원) △2.5년(1100억원) 등으로 만기가 긴 장기CP였다.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사전에 회사채 대신 장기CP로 조달을 했다. 당시 적용된 할인율은 1.5년물 3.56%, 2.5년물 3.69% 등으로 책정됐다. 채권시가평가수익률로 환산하면 A+(1.5년물 3.60%, 2.5년물 3.79%)에 준하는 금리로, 롯데지주의 등급 강등이 반영된 수준이었다.
나머지 2000억원 규모의 차환 자금은 아직 논의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 측에서 만기도래 일정에 맞춰 추가적인 CP 발행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미사용 여신한도도 남아있다”면서도 “은행 차입 금리보다는 CP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일단 단기성 조달로 시간을 벌고 추후 리파이낸싱을 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금도 상환 압력…롯데지주·호텔롯데, 차액 지급 유력
계열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풋옵션도 롯데지주의 상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요 주주는 △롯데지주(46.04%) △엘엘에이치(21.87%) △L제2투자회사(14.18%) △호텔롯데(10.87%) 등으로, FI인 엘엘에이치는 보유 주식을 올 상반기 롯데지주·호텔롯데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이 있다. 본래 풋옵션 행사 시점은 2023년 4월이었지만, 롯데지주가 두 차례 연기를 요청해 올해로 넘어온 것이다.
풋옵션을 막고 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해야 한다. 때문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 같은해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시장 안팎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3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 절차에 돌입, 상반기 안으로는 상장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PO를 추진하더라도 상환 압력은 남아 있다. IPO 공모가가 FI 측의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달하면 롯데지주·호텔롯데가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때문이다. 엘엘에이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21.87%를 확보하면서 3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밸류가 최소 1조2000억~1조3000억원 이상이 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사업모델은 택배사업인 ‘Lastmile 부문’, 2·3자 물류와 복합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TLS 부문’, 글로벌 복합운송 사업인 ‘GBS 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핵심 두 축이 택배와 복합운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비교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CJ대한통운 6~7배 △한진 11~12배 등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약 35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상장 밸류는 2000억~4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결국 상장 공모가가 FI의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치지 못해 롯데지주·호텔롯데이 투자자금 차액을 지급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 특성상 FI 측의 풋옵션 행사가격은 알기 어렵다”면서 “롯데그룹이 FI의 투자차액을 보전하기로 결정했기에 IPO를 추진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지주가 다각도로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회사채 만기 뿐만 아니라 이 부분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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