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도시정비 경쟁력 점검]'넉넉한 실탄' 현대건설, 파격 조건 발판 '위상' 찾는다현금 및 예금성자산 5조, 6년 연속 수주 1위 기반…이인기 주택사업본부장 역할론 부상
신상윤 기자공개 2025-02-05 07:32:06
[편집자주]
도시정비 사업에 훈풍이 분다. 정부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나서는 등 활성화 정책으로 건설경기 회복 지원에 나섰다. 건설사들도 안정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정비사업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더벨은 도시정비 사업에 뛰어든 주요 건설사의 조직과 인물 그리고 역량 등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6조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를 앞세운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었다. 지난 6년간 국내 도시정비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수주 1위 자리도 수성했다. 넉넉한 곳간에서 나오는 비교적 파격적인 조건들이 도시정비 사업의 발주자인 조합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현대건설은 이 같은 금융 지원과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올해 한강 변 일대에 'H 벨트' 조성을 목표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올해 첫 대어였던 '한남4구역 재개발'을 놓쳤지만 내부적으로 10조원 내외의 수주 달성을 목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원가 상승분에 대한 빅배스를 단행한 현대건설은 이인기 주택사업본부장(상무)을 중심으로 도시정비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힐스테이트·디에이치' 브랜드 전면에, 올해 10조 시장 겨냥
현대건설은 아파트 도시정비에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를 사용한다. 2006년 처음 선보인 힐스테이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 2015년 도입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는 선별된 절차를 밟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6조612억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같은해 4분기 1조2830억원 규모의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 단독 수주에 성공하면서 단번에 6조원대 반열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2019년 이래 6년 연속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원)과 △대전 도마·변동16구역 재개발(7057억원) 등 대규모 사업장을 단독 수주하면서 향후 2~3년 먹거리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주택사업본부 수장을 맡았던 이한우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더불어 현대건설 대표이사까지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올해는 첫 대어로 꼽혔던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현대건설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구성된 '브랜드위원회'를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의지도 드러냈지만 외면 받았다. 특히 이 대표이사가 첫 외부 일정으로 합동 설명회까지 참석했던 만큼 많은 의미에서 상흔이 남은 수주전이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선별적인 수주 전략을 통해 도시정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서울에선 한강 변을 따라 반포와 한남, 압구정 및 성수 등을 잇는 일명 'H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목표치를 높여 10조원 내외의 정비사업 수주를 목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압구정 아파트지구가 거론된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압구정지구가 아파트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압구정 2~5구역도 시공사 선정 공고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전담팀을 꾸려 집중하는 이유다. 여기에 개포주공6·7단지와 70층 이상의 초고층 개발을 추진하는 성수 일대 등은 현대건설이 수주 영업에 주력하는 지역이다.
◇'빅배스'로 덜어낸 재무부담, 파격적 금융 조건 눈길…이인기 주택사업본부장 역할론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업연도 잠정 결산을 통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 규모를 1722억원으로 집계했다. 23년간 흑자 경영을 지속했던 현대건설의 영업손실은 대부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 원가도 만만치 않게 높은 게 현실이다. 이에 국내 주택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건설의 국내 원가율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현재 매출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주택 사업의 경우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을 전후해 착공한 곳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사업 등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 곳들이다.
그럼에도 도시정비 사업에서 경쟁력을 자랑하는 것은 여유로운 곳간 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예금성 자산을 5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도 4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지난 1년간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유동성은 공격적인 영업 전개가 가능한 데다 최우량 신용등급(AA-) 등이 뒷받침돼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같은 수주 경쟁력에 힘입은 현대건설은 주요 사업장에서 최근 몇 년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한남4구역 재개발은 수주엔 실패했지만 사업비 책임 조달 및 지급보증, 미분양 시 아파트·상가 대물 인수 등과 같은 경쟁사가 제시하지 못했던 금융 조건들을 내걸었다.
지난해 초 수주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선 미분양 물량 대물 인수와 동일 평형 입주 시 환급금 지원 등을 제시해 환심을 샀다. 당시 공사비는 경쟁사보다 높게 제시됐지만 개발 이익 극대화와 금융 지원 전략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전략은 현대건설로선 수익성을 낮추거나 비용의 부담을 수반하지만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장에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의 도시정비 사업은 이인기 주택사업본부장(상무)이 총괄하고 있다. 전임자인 이한우 대표이사가 현대건설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로 오르자 빈자리를 이어받았다. 이 본부장은 1967년 11월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을 마치고 30년 넘게 현대건설에서 재직했다. 이 본부장 산하에는 도시정비영업 2개실과 도시정비추진실 및 브랜드전략실 등이 편제돼 있다.
관건은 이 본부장의 역량이다. 도시정비 등을 총괄하는 주택사업본부는 현대건설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 대표이사를 비롯해 윤영준 전 대표이사 등은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이다. 현대건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간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도시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수주 경쟁력 유지는 향후 현대건설 먹거리와도 직결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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