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리스크 해소]컨트롤타워 재건? 내부 경쟁구도에 쏠리는 눈사업지원TF 맨파워·존재감 압도적, 미사단·경영진단실 '입지 확대' 분주
김경태 기자공개 2025-02-05 09:36:4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5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다. 그 후 3대 태스크포스(TF)가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지만 제대로 된 구심을 재건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삼성 주요 계열사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조차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정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컨트롤타워 부활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날(3일) 이 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의 2심에서도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아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결국 컨트롤타워 재구축 가능성도 이전보다 커진 셈이다.
다만 내부 조직들의 역학 구도를 보면 컨트롤타워 부활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현재 삼성 내부에는 전자 계열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 외에 미래사업기획단(미사단),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과거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에는 미전실이 신설되면서 신사업추진단이 폐지된 바 있다. 컨트롤타워 부활은 곧 다른 조직의 페이드아웃을 부를 수 있는 문제다.
◇사업지원TF, 정현호 부회장에 박학규 사장 합류 '건재 과시'
삼성은 국내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과 더불어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곳이다. 지분구조 정리가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과제인 탓에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했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 시기에 비서실이 탄생했다. 이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전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는 점은 동일했다.
그러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변화를 겪는다. 이듬해 2월 미전실 해체를 비롯한 5대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렇게 미전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삼성은 사업지원TF(전자 계열), EPC경쟁력강화TF(건설 계열), 금융경쟁력제고TF(금융 계열) 3대 미니 컨트롤타워 체제를 시작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곳은 단연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다. 삼성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업지원TF의 영향력이 강하다. 다른 TF에서도 주요 사안에 관해서는 사업지원TF에 지시를 받지는 않지만 소통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를 상당히 중요한 프로세스로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지원TF는 지난해 반도체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여러 지적의 목소리를 마주하기도 했다. 또 TF 구성 인원의 변화 필요성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업지원TF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실제 작년 11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 부회장은 유임됐다. 또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던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TF에 전격 합류했다. 그는 전형적인 워크홀릭으로 휘하 임직원의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역대급으로 현금 감소에 시달리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공을 세웠다.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건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지원TF를 비롯한 3대 TF를 단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주력 계열사의 미니 컨트롤타워이자 그룹 전반에도 이미 존재감이 큰 사업지원TF 위주로 조직과 인력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미사단·경영진단실 행보 촉각, 이건희 회장 시기 사례 주목
사업지원TF의 영향력이 크기는 하지만 최근 약 1년 사이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향후 컨트롤타워가 재구축되면 사업지원TF와 경쟁할만한 조직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2023년 11월 정기 사장단 인사 때 미사단이 신설됐다. 미사단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이던 2009년에 만든 신사업추진단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사업추진단장을 맡던 김순택 부회장이 이듬해 탄생한 미전실의 수장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사단은 탄생 이후 수장이 자주 변경됐고 신사업에 관한 발표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초대 미사단장으로는 삼성SDI 이사회 의장을 맡던 전영현 부회장이 선임됐다. 그 후 전 부회장은 작년 5월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으로 이동했다. DS부문장을 맡던 경계현 사장이 미사단장에 임명됐다.
다만 작년 11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는 다시 존재감이 살아나기는 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미사단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는 최근 폭발적인 실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사단 외에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도 있다. 경영진단실은 지난해 11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전격 신설됐다. 과거 삼성전자 CFO를 역임했던 최윤호 전 삼성SDI 사장이 선임됐다.
경영진단실은 신설 초기부터 영향력 확대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감사팀장을 맡던 원종현 부사장이 경영진단실에 합류했다. 아울러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감사팀의 명칭을 일제히 경영진단팀으로 바꿨다.
다만 경영진단실이 각 계열사에 요구하는 권한을 가진 구조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각 계열사가 요청하는 경우 컨설팅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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