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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딥시크 쇼크' 한복판 2심 선고 '촉각' 내달 3일 판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격변 속 판정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5-02-03 07:09:2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31일 10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의 2심 선고기일이 임박했다. 작년 2월 1심에서 전부무죄 판결을 받은 지 1년 만이다. 2심 판결 역시 1심과 유사하게 나올 경우 대법원까지 사건이 가더라도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우려를 크게 덜고 경영에 집중할 기반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이달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는 등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랠리를 주도한 엔비디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던져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기민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월 3일 2심 선고 예정, 사법리스크 '중대 분수령'

서울고등법원은 내달 3일 이 회장 등이 피고인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의 2심 선고기일을 개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작년 2월 5일 1심 선고를 한 지 1년 만이자 같은 해 11월 25일 2심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린 지 약 두 달 반 만의 일이다. 이 회장은 작년 2월 5일 1심 선고기일과 마찬가지로 출석해 법원의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2심 선고는 오너 경영자 이 회장의 명운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심과 크게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 사건이 대법원까지 넘어가고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2심 선고의 변수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영향을 꼽는다. 서울행정법원은 작년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일부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2015년 말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변경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런 회계처리 변경에 문제를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서울고법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행정법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받아들였다. 그 후 2심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사안에 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외에 검찰의 1심에서 배제됐던 자료의 증거능력 인정 역시 관전포인트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증거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 등에서 선별 절차 없이 확보됐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2심 판결 내용과는 별개로 검찰에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검찰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판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경우 사건이 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빠르게 종식해 하는 이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면 1심과 유사한 판결이 나오면 이 회장은 부담을 크게 덜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1심처럼 전부 무죄는 아니더라도 큰 틀에서 비슷한 판결이 나오게 되면 3심 역시 유사한 판정이 나올 것이라 전망한다. 또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마무리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판사를 지낸 변호사는 "1심과 2심이 판결이 거의 동일하게 나왔는데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5%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소송이 남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국민연금공단을 작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딥시크 쇼크, 글로벌 AI 시장 '충격파'…삼성전자 반도체, 절체절명 순간 맞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줬다.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최근 1년 간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역시 TSMC가 지배력을 높이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회장의 2심 선고가 임박해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최근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 '딥시크 V3'를 공개했다. 이달 20일 추론 특화 AI 모델인 '딥시크-R1'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AI 시장이 출렁였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는 한국의 설 연휴가 있던 이번주에 급락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달 30일(현지시간) 124.65달러로 전일보다 0.77% 반등하는데 그쳤다. 더군다나 애프터마켓에서는 123.32달러로 1.07%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였던 SK하이닉스는 이날(31일) 개장 초 10%대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개장 초 3% 하락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 우위를 내줬다.

이날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DS부문의 작년 4분기 연결 매출은 3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의 2배 이상이면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6조5000억원)을 넘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 때문에 이 회장에 대한 2심 선고는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위기 속에 이 회장의 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별다른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았는데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를 고려한 행보로 해석했다.

2심 선고를 앞둔 이번 소송은 2016년 정치적 격변에 휘말린 뒤 시작된 국정농단 소송과 연계돼 시작됐다. 작년 12월 3일에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재계 역시 숨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약 9년 전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아직도 사법리스크를 겪는 이 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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