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4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떤 곳이든 적을 두고 기업을 운영하려면 무척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때로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일 지도 모른다. 동화(同化)다. 요충지가 한 나라이든 작은 지방이든 관계없다. 적어도 미움은 사지 않아야 하고, 내 편으로 불리며 사랑받는다면 금상첨화다.국내 주요 기업 후계자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종종 도마에 오르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더라도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말이 서툴면 미움을 산다.
해외 사정도 똑같다. 외부에서 진출해온 기업들은 그 나라와 지역에 어떻게 헌신할 지를 앞서 강조한다. 기업들은 주로 숫자로 비전을 설명한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어떤 분야에서 상생해 경제에 기여할지다. 모두 이 정도는 심혈을 기울인다.
마음을 울리는 이벤트도 준비한다. 기업 간담회에 그 지역의 저명인사를 초청한다거나 본국의 고위급 경영자를 대동해 이 지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낸다. 정서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두산스코다파워의 무기는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였다. 체코 출신의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9번 교향곡이다. 체코에서는 국민 클래식으로 꼽힌다. 체코의 자랑 필하모닉이 즐겨 연주한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이달 프라하 증권거래소(PSE)에 상장하며 현지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중 신세계로부터가 울려퍼졌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곡의 제목을 말하기도 전에 현지인들로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 사장은 웃으며 "이 음악, 뭔지 아시죠?(Now, everybody would know what music you are listening to.)"라고 했다.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이 음악은 알고 있다'는 공감대다.
곡의 함의를 보면 두산스코다파워의 섬세함이 읽힌다. 드보르자크는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했다고 한다. 이 곡은 그가 잠시 고향을 떠나 머물렀던 뉴욕에서 지었다. 그가 묘사한 신세계는 '체코를 떠나 만난 미국 신대륙'이다. 신대륙으로부터 받은 영감이지만 체코라는 출신지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감상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와 신세계를 개척하겠다(will pioneer new world)고 했다. PSE 상장을 발판으로 유럽 발전산업을 선도한다는 새 비전을 내놨다. 체코 시장은 공감했을까. 두산스코다파워의 주가는 상장한 지 일주일 만에 2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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