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성 투자는 한 건으로 대박이 나거든요. 우리는 힘든 기업들만 마주하니 '잭팟'을 기대하기 어렵죠. 말도 탈도 많아 운용인력들이 자꾸 나가거나 다른 성격의 투자를 해보겠다는데, 하우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이 많네요."한 구조조정 투자 전문 하우스 대표는 최근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연초 인력 구성이나 회사 경영, 투자 전략에 있어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실제 구조혁신펀드는 결성부터 소진, 관리까지 난이도가 높다. 부채비율이 높거나 회생절차를 밟는 사전·사후적 구조조정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 중 정상화 가능한 알짜를 선별하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옥석 가리기를 거치면 남는 기업이 적다는 점이다. 확실한 기술력이나 인지도, 고객망 같은 경쟁력이 없는데 투자 목적에 부합하다는 이유로 베팅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어 매우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탓이다. 선별을 거쳐 낙점한 기업도 인수 후 장기간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채권단과 투자자, 기존 경영진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갈등이 발생하기도 쉽다. LP들이 출자를 꺼리는 이유다.
신한중공업 사례는 그럼에도 구조혁신펀드의 가치를 입증해준다.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는 2021년 NH PE, 태화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회생절차가 개시된 신한중공업을 사들였다. 인수대금 1900억원 가운데 오퍼스-NH PE가 510억원을 책임졌다. 새 주인이 된 직후 PMI와 밸류업에 집중했다. 현대중공업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 물량을 확대했다. 효율적 자산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선업 운영법인과 부동산법인을 분할했다.
생산효율 증대와 품질관리 강화 등을 위한 PMI 작업을 마치자 인수 1년만에 흑자전환했다. 2023년 최종 엑시트로 원금의 배에 가까운 866억원을 회수했다. 기술력은 있으나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영 정상화함으로써 국가 경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올해 여러 구조혁신펀드들이 출범을 완료했거나 앞뒀다. 오퍼스가 전문성을 인정받아 최근 1180억원 규모로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퍼스 입장에서는 최초 단독 GP로 이름을 올린 펀드다. 구조혁신펀드 투자가 어렵다는 사실을 어느 FI보다 잘 알지만, 꿋꿋하게 한 길을 걷는 모습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쌓이는 2025년. 구조혁신펀드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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