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필립모리스가 2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아이(IQOS ILUMA i)를 출시하면서 전자담배업계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터치스크린과 일시정지 모드, 플렉스 퍼프 기능을 모두 갖춘 ‘완전체’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자연스레 담배업계를 비롯해 언론에서는 필립모리스와 KT&G 간 라이벌 구도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립모리스는 2017년 처음으로 한국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인 선두 주자였지만 후발주자인 KT&G 공습에 밀려 2022년 2등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양사의 관계를 ‘경쟁’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표면적으로 보면 양사는 뺏고 뺏기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서로서로가 서포트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은 필립모리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진출한 전 세계 수 십여 개 국가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작업이다. KT&G가 전자담배 제품을 필립모리스에 공급하고 필립모리스는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2038년까지 장기 파트너십 계약이다.
KT&G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도 필립모리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KT&G는 미국에 전자담배를 선보이기 위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제품 시판 전 판매 허가 신청(PMTA)을 추진하기도 했다. 점유율 등락에 울고 웃는 산업계에서는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운 시너지다.
소위 ‘적군’과 한배를 탈 수 있는 배경으로 ‘규제’라는 공통분모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담배산업은 과중한 세금 이슈와 유해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는 만큼 서로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낼 일이 많다. 특히 전자담배의 경우 연초와 비교해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소비자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며 전체 파이를 키우는 차원에서 오히려 경쟁보다는 협력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게 아닐지 추측해 본다.
생태학자이자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약육강식보다 더 강한 건 공생이라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협력과 경쟁의 코피티션(Coopetition)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속성을 위해 ‘코피티션‘을 택한 필립모리스와 KT&G. 생존은 결국 공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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