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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 생존기 [thebell note]

김위수 기자공개 2025-03-10 08:07: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8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자본시장 관련 전문가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사업전략에 다소 기회주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요지는 이렇다.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을 때는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 금융 특화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혔는데 '특화'라는 수식어는 사라진지 오래고 저마다 사업 영역을 넓히기 바쁘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최대치에 준하는 실적을 내는 동안 중소형 증권사들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손실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곳도 있고 적자 대열에 새로 합류했거나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실적이 급격하게 깎인 하우스들이 대다수다.

사실 증권사간의 실적 양극화, 중소형 증권사가 처한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초대형 IB 제도가 시작된 2010년대 중후반에도, 이전에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미션은 언제나 생존이었다. 자본력이 특히 중요한 경쟁력인 증권업계에서 중소형사로서 생존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항상 힘들었을 것이다.

그간 전문가들의 제언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쪽에 모여왔다. 초대형 IB 제도가 시작된 이후 위기감이 커진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목한 사업은 부동산 금융이다. 대형사들이 장악한 정통 IB 사업 영역을 피해 소수의 전문인력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동산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확대한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이 지난해 혹은 최근 몇년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쌓이고 쌓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중소형 하우스들의 특화 전략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힘들지만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던 2021년 전후로 중소형사들이 큰돈을 벌어들인 것도 사실이다. 단 최근의 실적 충격 때문인지 각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략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화 전략에서 벗어나 리테일 및 정통 IB 등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쉽게 태세를 전환한다고 느낄 수 있다. 특화 증권사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뛰어들었다가 발을 빼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에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전략을 수정하고 빠르게 조직을 재정비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모습에는 유연하다고 평가할 여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유연함 또한 중소형 증권사의 생존전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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