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크립토 B2B]쟁글, 공시→ERP→차세대 익스플로러 '선택과 집중'⑧온체인 데이터 분석 강화, 리서치 지속…해외 시장 정조준
유나겸 기자공개 2025-03-26 13:06:46
[편집자주]
크립토윈터 종식과 비트코인의 전략 자산화, 금융 당국의 법인 실명계좌 허용 분위기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정책 미비, 그림자 규제에 막혀 그동안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었던 크립토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가장 직접적인 성장 환경을 맞이할 분야로는 법인의 투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커스터디와 컴플라이언스 및 트래블룰 솔루션 기업 등이 꼽힌다. 움츠린 시간을 지나 기지개를 펼 국내 크립토 기업의 장래성과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5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쟁글은 크로스앵글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이다. 사업 초기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사업을 목표로 출발했다. 이후 리서치·신용평가 사업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개발에 집중했다.다만 여러 차례 피보팅(사업 방향을 전환)을 거치며 본업이었던 일부 사업을 과감히 접기도 했다. 최근에는 크립토윈터 종식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차세대 익스플로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국내에서도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피보팅 여러번'…리베이트 논란
쟁글은 크로스앵글이 운영하는 웹3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가공해 리서치, 애널리틱스, 유통량 모니터링, 공시, 최신 정보, 평가, 시세, 인덱스, 프로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2018년 설립된 크로스앵글이 2019년 쟁글 서비스를 출시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업 초기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다트'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유치, 경영진 변동, 가상자산 유통 계획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시 플랫폼을 운영했다.
이후 신용평가 서비스를 도입하며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역할도 맡았다. 발행사가 비용을 지불하면 쟁글이 실사와 심사를 거쳐 신용평가 리포트를 작성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쟁글은 2022년 돌연 신용평가 사업을 중단했다. 결정적 계기는 '리베이트' 논란이었다. 거래소가 쟁글을 신용평가사로 지정하고 쟁글이 발행사로부터 받은 평가 비용 일부를 거래소 상장 관계자에게 되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쟁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외부 파트너사를 통해 평가 서비스를 소개받은 경우 해당 업체에 소개 대가로 평가비용의 10%를 지급했을 뿐이며 거래소와 부정한 결탁을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쟁글의 주요 협력 거래소였던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도 논란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거래소들이 외부 평가보고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의 상장정책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논란은 협력 거래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쟁글과 협력했던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도 상장 평가 과정에서 리베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상장 정책을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코인원은 필수였던 쟁글 보고서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바꿨고 다른 거래소들도 평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결국 쟁글은 공시와 신용평가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
◇ERP 축소, 공시 서비스도 사실상 '종료'
쟁글은 이후 B2B 영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수립하며 웹3 솔루션 제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4년 초에는 '쟁글 ERP'를 출시해 가상자산 및 NFT 발행 기업을 대상으로 한 ERP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재무관리, 세무, 회계 기능을 포함해 가상자산 시장의 회계 처리 기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4년부터 금융당국이 시행한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라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장사와 외부감사대상 기업은 이를 재무제표에 계상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유통량 정보를 주석 공시에 기재해야 하는 등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쟁글은 이를 기회로 보고 ERP 사업에 전사적 리소스를 집중했다.
그러나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ERP 사업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관련 부서는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과거보다 소극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쟁글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성숙할 때까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쟁글은 올해부터 사업 방향을 전환해 차세대 익스플로러 'Ecosystem-Oriented(에코시스템 오리엔티드)'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검색·분석할 수 있는 도구로 이더리움의 ‘이더스캔’과 유사한 개념이다. 국내에 알려진 기업 중에서는 코스모스테이션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쟁글은 기존 웹3 플랫폼과 ERP 사업을 통해 쌓아온 온체인 데이터 분석·시각화 역량을 활용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라이브워치' 서비스를 통해 백서·유통량 계획과 실제 온체인 데이터를 대조해 이상 거래를 탐지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익스플로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리서치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최신 정보, 다양한 프로젝트 동향, 가격 변동 요인 등을 제공하며 과거 공시 서비스와 유사한 기능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공시 서비스’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쟁글은 앞으로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국내 규제 환경이 무르익으면 국내 시장에서도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쟁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후 국내 규제 상황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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