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1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대를 앞선 사업을 했다." 최근 만난 복수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이 한 기업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들이 지목한 곳은 가상자산 인프라 플랫폼 '쟁글'이다. 쟁글은 2019년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한 후 수차례 주력사업을 바꿨다. 가상자산 공시, 신용평가, 리서치, 웹3, 가상자산 경영관리(ERP)까지. 모두 쟁글이 손댔던 영역이다.빠른 피보팅은 스타트업만의 특권이다. 시기를 잘 맞추면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쟁글의 전환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 어떤 사업은 1년도 지속되지 못했다. 스타트업이라도 이렇게 자주 방향을 틀어도 될까. 취재하며 의문이 들었다.
전체 맥락을 보니 어느정도 납득이 됐다. 배경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불균형이 있었다. 쟁글의 첫 시작은 가상자산 공시였다. 코인도 증시와 같은 성장궤도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다트' 같은 모델을 꿈꿨다. 거래소 상장에 신용평가도 필요할 거란 판단에 가상자산 신용평가 사업도 시작했다.
처음엔 꽤 주목받았다. 특히 전통금융사들이 쟁글의 공시·신용평가 모델에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설립 1년 반 만에 시리즈A로 40억원을 조달했고 2년 뒤엔 17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 유치까지 마쳤다. 대부분 신한 등 전통금융사들이 주도한 라운드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림자 규제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막히며 개인투자 시장만 커졌다. 기관 진입이 막히자 리서치·신용평가 수요도 사그라들었다. 쟁글의 잦은 피보팅은 리테일 위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전략자산으로 인정받고 금융당국이 법인의 실명 계좌 발급을 허용하면서다. '업권법'이라 불리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선 1단계 법에서 빠졌던 공시·평가업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가상자산 B2B 기업들의 고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쟁글에도 기회가 열린 셈이다.
제도가 바뀐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잦은 피보팅 이력은 신뢰를 깎아먹을 수 있다. 결국 쟁글은 기존 사업을 통해 쌓아온 역량을 입증하며 차별점을 보여주는 방법밖엔 없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신용평가·리스크 관리 강점을 살려 기관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가상자산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쟁글이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고 말하는 날이 올까. 공은 쟁글에 넘어갔다. 이제는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시장을 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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