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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시장에 분 RA 바람]금융사도 일임 경쟁 참전…관건은 은행권 확보④증권보다 운용사가 유리…자사 ETF 활용할듯

박상현 기자공개 2025-04-17 15:41:41

[편집자주]

로보어드바이저(RA)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가 올해 개시됐다. 규제와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국내 투자 문화에 가로막혀, 지금껏 꽃을 피우지 못한 RA업계는 반전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에 더벨은 RA의 도입 후 성과와 한계, 그리고 퇴직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16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금융사들이 분주해졌다. 최근 몇 년간 퇴직연금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이들은, 직접 개발한 RA를 퇴직연금계좌에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다. 기존 RA 자문·일임 시장이 RA 업체만의 무대였다면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고 난 지금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다각화됐다는 평가다.

RA업계에서는 은행권을 제휴 사업자로 유치하는 것이 이번 경쟁의 관건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규모는 전체 시장의 약 42%를 차지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퇴직연금 분야에 있어 은행권과 경쟁 업권인 증권사를 제외한 금융사가 좀더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RA 일임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운용사 모두 탄탄한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을 갖고 있는 만큼 RA의 기초자산으로 자사 ETF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쿼터백자산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금융사, RA일임서비스 출격…운용사 경쟁우위 가능성↑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했다. RA가 국내 도입된 지 9년 만에 RA가 IRP 계좌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신청사 17곳 중 11곳이 금융사라는 점이다. RA 기업 5곳과 증권사 9곳, 자산운용사 2곳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샌드박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이 코스콤 테스트베드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통상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증권·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부문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27조원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오는 2037년 1000조원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시행 후 IRP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는 것,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연금을 겨냥한 상품을 집중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RA 일임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도 퇴직연금 강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RA 업계에서는 대형 금융사들이 RA 점유율을 빠르게 장악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핀테크 업체인 베터먼트(Betterment)와 웰스프론트(Wealthfron)는 시장 초기 낮은 수수료를 무기 삼아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내 뱅가드와 찰스 슈왑 등 대형사가 진입하면서 이들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렇다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중 어느 사업자가 RA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자산운용사가 유리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은행 및 증권사 IRP 고객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혹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 RA 상품을 담는다. 다시말해 △은행은 제휴 퇴직연금 사업자 △증권사는 제휴 퇴직연금 사업자 겸 RA 일임업자 △자산운용사는 RA 일임업자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다.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IRP 세 계좌의 총 적립액 모두 은행권이 여느 증권사들을 압도한다. 퇴직연금 RA 일임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볼 수 있듯 은행과 증권사는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RA가 은행에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증권사 간 역시 경쟁 관계인 만큼 타 증권사에 상품을 배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RA 일임업자로서 증권사들의 제휴 사업자는 자사로 돼 있다.

◇미래에셋운용·한투운용, 자사 ETF 활용할듯

이런 가운데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운용과 한투운용이 2곳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개시한다. 퇴직연금 상품 분야에 있어 두 운용사는 올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으로 평가된다. 최근 그간 출시하지 않았던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는 등 퇴직연금 분야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달 내 RA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IRP 적립금 수준이 전체 사업자 중 1~3위라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투운용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을 제휴 사업자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금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퇴직연금 세미나’를 개최, 퇴직연금 RA 운용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투운용은 당초 이달 내 RA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잠정적으로 연기한 상태다.

두 운용사의 RA 출시가 ETF 점유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자사 ETF를 RA의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RA 상품은 자산 증식보다는 자산 배분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으로 주식·채권·펀드·ETF 등을 담을 수 있지만 대다수 상품이 ETF를 편입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보다 자산배분적 측면이 강하면서 펀드보다는 수수료가 저렴하다. RA는 여타 일임 서비스에 비해 운용보수가 적다는 게 특징인 만큼 ETF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운용사가 ETF 업계 2위, 3위인 만큼 모두 탄탄한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RA 상품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운용은 RA 업체 쿼터백운용과 함께 이달 내 일임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함께 RA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운용은 알고리즘 협업 형식으로 간접 참여한 만큼 신청사는 삼성운용이 아닌 쿼터백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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