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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머스트의 조용한 '구조 개입'…침묵이 아닌 설계③'보유-설계-성과', 장기 지분 축적형 액티비즘 정석

고은서 기자공개 2025-04-17 15:42:37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5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전통적인 가치투자 운용사지만 동시에 한국 자본시장 초창기부터 주주권 행사에 나섰던 몇 안 되는 행동주의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들이 선택한 전략은 지분을 쌓고 오래 들고 가며 천천히 기업을 바꾸는 장기보유 스타일의 압축 전략이다. 대결보다는 설득에, 단기 수익보다는 구조 개편에 방점을 찍는다.

머스트의 초기 주주행동은 비교적 강경했다. 2017년 에이블씨엔씨에 대해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공개 요구하며 행동주의 무대에 나섰다. 당시 대주주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추진하던 1500억원 규모 유증이 소액주주 희석을 유발한다며 법무법인을 동원해 공식 질의서를 보내고 IR 자료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공개 비판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는 머스트자산운용의 수탁사 자격으로 법원에 신주발행유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회사는 이미 일정이 한 차례 어그러진 만큼 계획한 증자를 진행하지 못했다. 나중에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실질적으로 머스트 측이 증자를 막아낸 첫 사례로 평가됐다. 머스트의 개입이 성공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2019년 머스트는 태영건설을 두고 이례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뜻을 공시를 통해 분명히 한 것이다. 머스트는 당시 △거버넌스 위원회 구축 △지주사 체제 전환 △가족간 계열분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사례는 머스트가 단기 표결보다 구조 설계를 통해 기업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략을 정리해 가는 과정의 한 단면이었다.

이후 머스트의 전략은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2025년 정기 주총에서는 영풍을 상대로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사외이사 선임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공식 제출했다. 머스트가 오랜만에 전면에 나선 사례지만 표결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의 구조 개편 신호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면적 충돌은 없었고 전략적 개입의 일부가 수용되는 유연한 접점이 형성됐다.

머스트의 전략 핵심은 지분율이다. 소수 지분을 빠르게 사들이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특정 기업의 지분을 축적하며 조용한 주인으로 존재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배주주 구조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기업 전반의 사업 전략이나 주주환원 기조에 대해 정제된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한다. 이 때문에 머스트의 개입은 종종 행동주의인지 아닌지조차 외부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공개 주주서한, 주총 안건 제안은 전략상 필요한 시점에만 선택적으로 활용된다. 과거에는 공식 질의서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업 입장을 압박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뒤, IR 미팅이나 비공식 의견 전달, 이사회와의 접촉 등을 통해 내부 설득에 집중하는 행보로 바뀌었다. 전략은 여전히 공격적일 수 있지만 외부로 보이는 수위는 낮춰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얼핏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대상 기업에게는 오히려 압박 강도가 크다. 의결권 행사 내역·자체 보고서·지속 IR 대응 등을 통해 기업이 감지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개입한다. 특히 자사주 매입, 비효율 자회사 구조 개선, 배당 확대와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구체적 실행을 유도한다.

2025년 머스트는 과거보다 한결 절제된 방식으로 기업을 움직이고 있다. 예전처럼 대놓고 싸우지 않지만, 한 번 겨눈 기업은 구조가 바뀔 때까지 압박을 멈추지 않는다. 침묵이 아니라 설계다. 머스트는 말보다는 보유로, 표보다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지분 보유를 전제로 한 머스트의 전략은 대표 펀드 수익률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해당 기업의 가치 상승은 결국 펀드 수익률로 이어지고 그 실적은 다시 신뢰로 되돌아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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