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모태펀드, 정책금융공사를 본받으라

이상균 기자공개 2012-02-03 10:35:15

이 기사는 2012년 02월 03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일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는 2012년도 수시 출자 운용계획을 공고했다. 중진계정 700억원 안팎을 출자해 자조합을 어떤 식으로 선정할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제안서 접수는 매월 7일 이내, 운용사 선정은 매월 21일 이후에 이뤄진다. 출자 부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수요자가 제안하는 300억원과 모태펀드가 다른 유한책임투자자(LP)와 매칭 하는 400억원 등이다. 매칭의 경우 세컨더리조합과 해외진출, M&A조합 등 주로 규모가 큰 곳에 출자할 예정이다.

문제는 수요자 제안 출자에서 발생한다. 우선, 주요 투자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공고를 살펴봐도 "정책적 목적과 시장 수요에 적합한 분야로 운용사가 창의적으로 제안한다"는 내용뿐이다. 모태펀드 관계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초기 기업, 해외진출을 노리는 벤처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창업 1년 미만의 초기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기업 투자는 모태펀드가 꾸준히 활성화를 강조해왔던 분야다. 초기기업 투자조합 운용사에게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더 높게 책정해주기도 했다. 그런 모태펀드가 갑자기 투자 대상을 모호하게 흐려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현격히 낮아진 모태펀드의 출자 비중에 있다. 모태펀드는 올해 수요자 제안 부문의 출자 비중을 40%로 정했다. 100억원 규모의 조합을 만들 경우 모태펀드가 4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무한책임투자자(GP)가 책임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40%로는 초기기업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창업 1년 미만의 초기기업 투자는 실패 확률이 상당히 높다. 10곳 중 1곳만 살아남아도 성공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다. 자연히 초기기업 투자는 돈 떼일 각오를 해야 한다. 투자 리스크가 너무 높아 벤처캐피탈조차 투자를 기피하는 분야다. 사실상 엔젤투자자의 영역으로 간주되곤 한다.

사정이 이런 탓에 초기기업 투자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면 LP들이 손사래를 친다. 원금도 못 건질게 뻔한데 수십억원을 출자해줄 리가 만무하다. 이 때문에 초기기업 투자조합은 모태펀드와 같은 앵커 LP가 조합 약정액의 70% 이상을 출자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모태펀드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이 원칙을 잘 지켜왔다. 2010년 모태펀드의 출자비중은 70%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해 60%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초기기업 출자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수요자 제안 출자라는 희한한 이름이 생겨났다. 출자 비중은 40%까지 떨어졌다.

소형 벤처캐피탈 대표는 "사실상 초기기업 조합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업계에서는 모태펀드의 제안 설명회 참석을 거부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모태펀드가 중기청의 압박에 못 이겨 출자비중을 낮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모태펀드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가 있다. 모태펀드와 정반대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다. 정금공은 지난해 청년창업펀드 운용사 3곳을 선정하면서 출자 비중을 90%로 설정했다. 덕분에 3개 운용사를 선정하는데 17곳이 몰렸다. 경쟁률이 5대 1을 넘은 것이다. 성장단계 부문과 회수시상 활성화 부문의 경쟁률이 2대 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조차 청년창업펀드의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업계의 냉소를 뒤집은 것이다. 모태펀드가 어떤 식으로 정책을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