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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회사채 '형님영업' 사라질까 [수요예측편]⑧·대표주관사 능력 시험대…'공동'·인수사 난립 줄 듯

조화진 기자공개 2012-04-19 11:53:18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4월 19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실사에 이은 수요예측 의무화는 국내 증권사들에게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총액인수가 유명무실한 기존의 발행관행에서는 어떻게든 영업을 잘 해 많은 물량을 인수하면 장땡이었지만 발행절차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영업환경이다.

수요예측을 강제하고 청약일과 납입일을 분리한 모범규준에는 총액인수를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더 이상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형식상 끼어 있는 주관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총액인수가 실질화된다면 투자자보호에 앞서 우선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실사를 철저히 하고, 무조건 딜을 따내자는 식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수요예측 초기 증권사들에게는 어려운 숙제가 안겨졌다. 너무나 간편했던 발행절차에 익숙해져 있던 발행기업과 투자자들은 모두 증권사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발행기업과 투자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이들을 이해시키고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 정도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시장정상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의 모니터링 수준은 매우 촘촘하다. 경쟁 증권사들은 새로운 제도와 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면돌파 전략을 짜고 있다. 당장 편하자고 꼼수를 찾다가는 2류로 전략할 지 모른다.

내부적으로는 증권사마다 내부 조직 개편과 인력 영입도 열심이다. 적정한 밴드금리를 평가할 수 있을 크레딧 인력도 확보하고 시장 전후장을 누빈 노련한 사람도 리더로 앉혀야 한다. 대형증권사들은 제도 시행 초기에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중소형사는 어떻게든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겁다.

◇ 수요예측 A to Z, 발행사·투자자·금융당국 "증권사 불러~"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갖는 것은 과도한 의무와 자유다. 증권사들은 발행사·투자자·금융감독 당국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 시장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을 정하고, 증권사들과 그 틀에 맞는 시행안을 내놓았다. 증권사들은 규제와 시행안을 발행사들과 투자자들에게 설명한다. 왜 안 하던 것을 해야 하냐는 불만을 받아내는 것도 증권사 몫이다. 소위 '갑'인 세 카운터 파트들의 요구 조건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예전에는 발행사에 요구하지 않았던 자료들도 기업실사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재벌그룹 계열 금융회사인 H사는 증권사가 회사의 재무 자료 요청을 하고, 대표주관 계약서 작성 및 대표주관 수수료를 요구하자 '이렇게 귀찮게 굴면 발행을 아예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투자자들은 직접 수요입찰에 참여하되 대표주관사를 통해 납입과 결제하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로서의 당연한 투자 결정 과정이지만 인수사를 통해 했던 일을 직접하려니 번거롭기만 하다.

구체적으로 강제성 있는 규제 방안이 정해져있다면 발행사와 투자자들에게 방패막이라도 되련만 금융당국은 세부 시행안은 증권사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자율을 규제의 '허점'이라며 수요예측 제도를 무력화 시키려는 증권사들도 있어 경쟁은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발행시장을 정상화하려는 금융감독 당국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예측 시행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다만 각각의 카운터파트들을 상대하는 것과 증권사 간 경쟁 구도 형성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자율적으로 규제 세부 시행안을 정하는 게 까다롭다"며 "과도한 의무와 함께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컨트롤 할지가 가장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 증권사, '형님 영업 끝'…경쟁력 갖추려 동분서주

그동안 발행사들은 사전에 금리, 인수 물량을 파악한 뒤 무조건 낮은 금리를 제시한 증권사를 대표주관 및 인수사로 선정해 발행해왔다. 회사채 시장 제도가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행상 발행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래왔다.

그러나 대표주관사에 힘이 실리면서 주도권은 발행사에서 증권사로 넘어왔다. 대표주관사는 기업실사, 수요예측, 기업설명회(특히 외국인 투자자까지 기반 마케팅이 필요할 때 중요), 실질적인 총액인수 등 발행 전반을 총지휘한다. 증권사마다 내부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력 영입은 물론 조직도 개편했다.

일각에서는 자본력 있고, 운용북(Book)이 큰 증권사가 시장을 독식할 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증권사의 자본력 보다는 IB와 영업팀이 얼마나 잘 협업(co-work) 할 수 있는지, 구조화 상품 등을 만들어서 회사채 수요층을 넓힐 수 있는지 등이 더 즁요한 요인들로 꼽힌다.

A증권사는 내부에서 적정 회사채 금리를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을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IB와 세일즈 간 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조직을 합쳤다. B증권사도 크레딧 분석 능력을 갖춘 인력을 보강해 신디케이션 역량을 늘렸다. C증권사는 운용북을 늘리기 보다는 FICC팀 인력과 시스템을 보강해 회사채 활용도를 높인다고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투자 검토 기간이 길어진만큼 회사에 대한 리스크 분석과 시장 상황 파악이 충분히 돼 있어서 증권사들의 분석 능력이 더 요구된다.

증권사 인수영업팀 관계자는 "대표주관사의 밴드금리 제시 능력이 증권사 평판과 신뢰도를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는 발행사의 요구에 따라 수수료를 녹이면서까지 금리를 낮췄지만, 앞으로는 시장 상황에 맞는 정확한 금리 제시와 투자자 확보 능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표주관사 힘 실리니 '공동주관'·'인수사' 허수 사라질 것

인수능력이 충분한 대형 증권사가 주관하는 딜에 발행기업과 관계를 내세워 100억원씩 배정받아 인수사에 끼는 사례는 앞으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사의 역할이 회사채 중개기관에 불과해 인수수수료를 나눠가질 이유가 없어 지금처럼 10개 이상의 인수단이 꾸려질 가능성은 낮다.

증권사 인수영업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리그테이블 인수실적이라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나선 경우도 있었지만 발행사 눈치를 보느라 의무감으로 채권을 떠안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표주관사가 정해진 후 인수단을 따로 만들기 때문에 아무리 발행 규모가 크더라도 5개 이상 증권사가 참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대표)주관사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공동(대표)주관사는 해외채권(KP) 발행의 조인트북러너(Joint Book Runner)다. 대표주관사가 커버하지 못하는 투자가들에게 발행사 마케팅을 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투자가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따로 마케팅을 할 만한 역할이나 기회가 거의 없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어차피 공동대표주관 혹은 공동주관사들은 인수사나 마찬가지지만 리그테이블 주관사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 존재했던 것들"이라며 "앞으로는 인수사 자체도 적어질텐데 공동이 난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경쟁력에서 밀리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력에서 딸리는 2~3개 증권사가 IB 북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대표주관을 공동으로 맡는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그같은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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