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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글로벌본드, AA급 대접 제대로 받았다 한국계 10년물 희소성과 국가 등급 상향 '호재'로 작용

한희연 기자공개 2012-09-06 12:06:08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6일 12: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AA급 발행사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올렸다고 해도 S&P나 피치 등급이 아직 제자리인 탓에 등급 불일치(split)에 있는 상태다. 하지만 9년만에 추진한 10년만기 글로벌본드 딜에서 산업은행은 해외 AA급 기관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번 딜의 성공요인으로는 10년만기의 희소성과 등급 상향의 영향 등이 꼽힌다. 이번에 산업은행이 국가등급 상향 영향을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에, 뒤따라 나오는 국내 발행기관 또한 어느정도 긍정적 기대를 갖게됐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장기물 발행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게 됐다.

◇ 신용등급 스플릿 존재하지만…글로벌 AA급 기관과 같은 대우 받았다

한국산업은행은 6일 새벽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10년만기 글로벌본드 프라이싱을 마쳤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155bp'로 결정됐다. 해외 AA등급 기관인 ANZ, GE, HSBC, JPM 등의 10년물 가산금리 수준이 'T+160bp'에 형성돼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산업은행 채권은 이들 기관보다 5bp 정도 금리를 더 절감한 셈이다.

최근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렸지만 다른 신용평가사 등급과 아직은 등급 스플릿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산업은행 채권이 AA급 수준으로 프라이싱이 되면서 뒤따라 나오는 한국계 채권 발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후, 제값받기에 성공했다"며 "장기채임에도 불구, 당행 5년 유통금리(T+155bp)와 동일한 가산금리 수준에 발행, 즉 만기연장에 따른 가산금리 프리미엄 지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5일 오전 글로벌본드 발행을 어나운스하고 프라이싱 절차에 돌입했을 때 최초 제시된 가이던스는 'T+170bp(area)'수준이었다. 5일 저녁 무렵에는 'T+160±5bp'의 금리에 5억~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가이던스가 한 차례 수정됐다.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이미 투자자 주문은 20억 달러 이상 쌓인 상황이었다.

6일 새벽 'T+155bp'로 최종 발행된 뒤 6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해당 채권은 'T+153bp'가량에서 거래되고 있다. 발행금리와 최초 유통금리의 차이가 1~2bp밖에 지나지 않아 프라이싱 수준은 적당했다는 평가다.

◇ 희귀한 한국계 10년물…새로운 투자자층 확보에 기여

10년만기를 선택한 것은 이번 딜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한국물 발행이 많아졌지만 글로벌 본드는 5년만기가 대부분이었다. 10년물의 희소성과 최근 등급 상향 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전략을 산업은행은 포착했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5년물과 10년물 사이에는 보통 커브가 30~40bp가량 존재하지만 한국물의 경우 커브가 거의 존재 하지 않는다"며 "한국물 중 10년만기 채권을 발행한 곳은 수출입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 기타 공사 일부 등에 지나지 않는 등 희소성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산업은행의 이번 시도는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장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 영업자금 수요로 장기 조달이 필요했던 면도 있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수요를 파악한 결과 10년 정도의 장기물 선호가 일부 있었기 때문에 투자기반 다양화 측면에서도 10년물은 언젠가 한 번은 해야할 딜이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략 아시아 쪽 투자자 위주로 발행하면 5년물 수요가 많고, 10년물은 미국쪽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번 딜은 투자자 기반 다양화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신용등급 상향에 힘입어 중앙은행 등 기존과는 다른 투자자 층도 일부 추가됐다"고 전했다.

핌코 등 미국계 투자자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등 주요 투자자(Key Investor)의 참여도 돋보였다.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의 장기물을 늘리는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자 층 확보에 힘입어 주문은 150개 기관에서 25억 달러 이상 들어왔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서 48%, 유럽에서 26%, 미국에서 26%의 투자자가 들어왔다. 유형별로는 펀드 62%, 은행 21%, 보험 및 기타 17%의 분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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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 희소성과 등급 상향 영향, 불안한 시장환경 상쇄…딤섬으로 하루전 시장 태핑도

프라이싱은 성공적이었지만 사실 당시 시장 상황은 최적의 발행환경으로 보기엔 무리가 많았다. 유통금리가 하락하기 보다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잇었고 글로벌 주식 시장 또한 약세장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만기의 희소성과 등급 상향의 영향 등의 긍정적 요인은 불안한 시장상황을 상쇄하기 충분했다.

산업은행은 사실 글로벌 본드 발행에 앞서 4일 저녁에는 6억 위안(약 1억 달러) 규모의 딤섬본드를 리오픈 발행하기도 했다. 하루 시차를 두고 딤섬본드를 통해 시장의 분위기를 먼저 파악해본 셈이다.

딤섬본드와 글로벌본드의 투자자는 사실 크게 겹치는 부분은 별로 없다. 같은 아시아계 투자자라고 해도 딤섬은 대만과 중국계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의 경우에도 내부적으로는 딤섬본드 쪽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러화에 투자하는 펀드가 별도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딤섬본드는 발행 당일 상황이 금리적인 면에서 달러 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서 먼저 해봤던 것"이라며 "딤섬의 스왑시장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가격이 좋을때 찍자 했었던 것이었고, 여기에 글로벌본드를 나가기 전에 작은 사이즈로 시장 분위기를 한번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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