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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건네진 이맹희作 '묻어둔이야기' 이건희 회장측 "이맹희 전 회장 자서전 봐도 이건희 회장의 승계 인정"

문병선 기자공개 2013-11-06 13:17:11

이 기사는 2013년 11월 05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병철 선대회장에서 이건희 현 삼성그룹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유지에 대한 양측의 공방은 삼성가 상속소송 항소심 3차심리에서도 이어졌다. 앞선 2차심리에서 원고(이맹희)측은 "이병철 창업주가 소병해씨를 중심으로 '승지회'를 이끌라고 당부한 것만 봐도 이건희로의 단독 경영권 승계는 사실왜곡이었다"고 주장했던 터였다.

묻어둔이야기 표지
법무법인 세종·태평양·원 3개 로펌으로 구성된 피고 이건희 회장 및 삼성에버랜드 법률 대리인은 5일 "원고의 주장은 너무 근거가 없다"며 "1993년 이맹희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보거나 1977년 창업주(이병철)의 일본통신과의 인터뷰, 그리고 86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86년 <호암자전> 등을 보면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의 유일한 승계자라는 사실이 여러차례 나온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대리인은 이어 "이인희 및 이창희 등 다른 자녀들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밝혀 왔듯 선대 회장의 (이건희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유지는 명백하다"며 "이맹희씨는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조차 선대회장 유지를 직접 쓴 바 있다"고 밝혔다.

<묻어둔 이야기>는 1993년 출간 이후 한때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회상록이다. '삼성가 비운의 황태자'로 살며 겪었던 경험과 사건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책으로 알려져 있다. CJ그룹과 삼성그룹간 갈등이 불거질 때나 지난해 초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최초로 상속소송을 제기했을 때 화제가 된 책이다.

피고측 대리인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에 책 <묻어둔 이야기> 원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기증거로 제출된 복사본보다 책 원본이 몰입도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직접 책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책 <묻어둔 이야기>에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으로의 삼성그룹 승계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문장들이 곧잘 나온다. 피고측이 이 책을 증거로 제출한 까닭은 책을 읽어보면 원고측의 "경영권 승계 사실왜곡" 주장이 근거없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원고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재판의 쟁점을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먼저 다툰 이후 재판 후반부에 원고측은 책 <묻어둔 이야기>와 관련한 피고측의 주장을 재판부의 양해를 얻어 반박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고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한 변호사는 "<호암자전>이나 <묻어둔 이야기> 등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출간될 당시의 상황과 시대 흐름을 이해하고 책을 보아야 한다"며 "책 <묻어둔 이야기>에 형 이맹희가 동생 이건희를 험담한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지 한번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이맹희는 이건희를 믿고 있었고 이건희 회장이 이재현 현 CJ그룹 회장(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을 잘 돌봐줄 것으로 알고 있었을 때"라고 주장했다.

여러 기록을 보면 이 책이 출간된 직후(1993년 6월) 삼성그룹은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의 분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손복남 여사(이맹희 회장의 부인)에게 제일제당 지분을 주고 그 대신 삼성은 손복남 여사의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지분을 취하는, 지분 스와프(Swap) 방식이었다.

이날 3차 심리에서는 이 외에도 참칭상속인의 개념과 판단방법, 삼성생명 차명주식 주권(동방생명 제7회차 주권)의 문제점, 무상증자와 증가된 주식의 권리 귀속관계 등을 놓고 원고와 피고가 다투었다.

재판부는 심리 말미에 "대리인들은 당사자들을 상대로 화해에 대해 설득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원만하게 집안일이 집안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언급은 양측이 의외로 물밑에서 화해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음 4차 심리는 12월3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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