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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건설' 섹터도 이재용에게 가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삼성重+삼성엔지 합병 지배구조 의미..건설 섹터 불확실성 걷히나

문병선 기자공개 2014-09-02 09:10:36

이 기사는 2014년 09월 01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설을 뒤로 하고 삼성중공업과 합병한다는 것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측면에서 건설 섹터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몫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그동안의 관측과는 달리 건설 섹터마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울타리 속으로 재편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1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결의 공시 이후 전화통화에서 "계열분리와 승계 문제와 관련해 이번 합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후계구도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 측으로 후계 중심이 이동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건설 섹터는 전자 및 금융 섹터와 달리 뚜렷한 승계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던 부문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물산 고문이고 건설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SDI와 제일모직(합병 전 제일모직,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변경한 현 제일모직과 다른 회사)이 합병을 하자 건설 섹터도 이재용 부회장 몫으로 정리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만큼 지배구조의 방향성이 모호했던 상황이다.

삼성그룹 건설섹터 출자구조

이번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하게 되면 건설 섹터의 승계 구도와 관련 이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다. 또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그런데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지분 7.18%만 가지고 있다. 물산과 엔지니어링이 합병을 하더라도 이 지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7.61%를 갖고 있다.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이 합병을 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중공업 지분율은 지금보다 조금 더 미미하게 줄어들 뿐이다. 두 케이스를 비교해보면 어느 상황이 삼성전자의 삼성엔지니어링 직접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지 가늠 가능하다.

그만큼 전자 및 금융 섹터의 확실한 후계자로 부상한 이 부회장의 건설 섹터 장악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배 만드는 회사는 더 이상 선박 건조만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며 "성장성이 있는 플랜트 부문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플랜트 사업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이 중복되니 이를 간결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섹터는 이재용 부회장의 몫으로 알려졌고 이 계열 밑으로 중공업과 건설 섹터가 이동하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걷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실적 악화 속에 삼성물산 등 그룹 내 다른 건설 계열사와 합병 등이 시장 일각에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서 삼성전자를 최대주주로 갖고 있는 현 지배구조가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게 됐다.

반면 삼성물산의 그룹내 지배구조상 역할에 대해서는 향후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유력한 시나리오였던 건설 계열사 통합 지주회사 역할은 사실상 그룹 내에서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외형 확장을 꺼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합병 건으로 은연 중에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설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의 힘을 뺀 뒤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합병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가칭 삼성홀딩스) 지배지분율을 높여 갈 수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든지 이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이 예상과 달리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를 시장에 던져준다는 해석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 패밀리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병상에 눕고 비즈니스도 굉장히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뭔가 불확실성 내지는 갈등을 촉발할 만한 결정을 하기엔 부담을 느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무난한 장남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듯하다"며 "그룹 소유구조 개편 작업을 상당 기간 준비해 가는 와중에 두 자매의 몫은 적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한성대학교 교수는 "과거 삼성물산, 특히 건설 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맡을 것이란 시나리오 많았는데 지금 그룹 전체 리스크, 특히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리스크가 현재화되는 상황에서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크게 흔들지 않는 방향으로 승계구도가 재편되는 게 아닌가 한다"며 "계열 분리는 상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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