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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가전 1등' 강박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4-09-25 08:30: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23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경쟁사 제품을 고의 파손 했다는 혐의로 현직 가전(HA) 사업본부의 수장 조성진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전직 에어컨·에너지관리(AE) 사업부 임원 허모 씨가 경쟁사 사업 전략이 담긴 문건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역시 검찰 신세를 졌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에 얽혀 있는 경쟁사는 모두 삼성전자다.

조 사장의 세탁기 파손 사건을 놓고서는 고의성 여부에 대한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상대방의 동의만 있다면 CCTV 화면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조 사장 일행이 꽤나 격한(?) 행동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 씨에 대한 혐의는 일단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직 LG전자 직원의 진술 과정에서 불거졌다. 따라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LG전자 역시 "비리에 연루돼 퇴사한 직원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랜 기간 국내 전자 업계를 양분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공고한 '1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현격한 차이를 내고 있다. 특히나 최근 몇년 사이에는 스마트폰으로 바뀐 휴대전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LG전자가 체면을 구겼다.

그런 LG전자에게 HA와 AE 사업본부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매출이나 판매량도 그렇지만, 품질이나 성능 측면에서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엎치락 뒤치락 하며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다.

글로벌 선도기업 삼성전자와 적어도 가전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선다는 LG전자와 자존심은 수없이 맞붙었다. 지난해에는 상대방 회사의 냉장고 용량이 적다며 광고로 옥신각신하다 법정 다툼을 벌인 사례가 있다.

유치한 소모전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꼭 나쁘지만은 않은 신경전이었다.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덕분에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을 가장 먼저 손에 넣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들을 단순히 '발전적'이거나 '생산적' 경쟁 과정에서 나타난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사실 관계나 혐의점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가전에서 마저 뒤질 수는 없다는 LG전자의 강박이 일탈을 만들어 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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