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2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Platoon Kunsthalle)' 앞은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들과 취재차량으로 붐볐다. 업무 공간보다는 명품 브랜드숍,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지역이라 사람들로 북적거리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이날은 한국GM이 쉐보레 '퍼펙트 블랙 에디션' 4종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직원들을 포함해 대리주차 요원까지 검은색 의상을 갖춘 이유는 '퍼펙트 블랙'에 있었다. 한국GM은 의상과 흑백의 인테리어로 세련미를 연출했다. 의아했던 점은 쿤스트할레라는 공간이었다. 쿤스트할레는 타사의 신차발표회장과 달리 다수의 차량과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가기에 충분히 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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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지난 9월 현대자동차는 신형 아반떼 출시 행사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신형 아반떼 십여 대를 선보였다. 발표회장 주변에서 시범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마련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많은 사람이 올수록 홍보 효과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쿤스트할레는 신차 출시를 발표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왜 쿤스트할레였을까. 의문의 답은 쿤스트할레가 가진 상징성에 있었다. 쿤스트할레는 독일어로 미술작품을 소장하지 않고 전시하는 일종의 문화공간을 말한다. 쿤스트할레는 지난 2009년 28개의 컨테이너를 조합해 강남 한복판에 '뜬금없이' 세워졌다. 지금도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한정식 음식점, 병원, 은행 등이 있다. 당시 서울에서 전시회장에 어울리는 지역으로는 홍대나 이태원이 꼽혔다.
톰 부셔먼(Tom Buesxhemann) 쿤스트할레 대표는 컨테이너에 다양한 문화의 확산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쿤스트할레가 주류문화가 아닌 하위문화의 거점이 되길 희망했다. 지난 6년 동안 젊은 작가에게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크고 작은 전시회를 끊임없이 열면서 쿤스트할레는 강남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비주류인 하위문화와 전시회장이 어울리지 않았던 강남이 맞물려 '다름'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낸 결과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행사장에서 "퍼펙트 블랙이 쉐보레의 상징적인 컬렉션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향후 출시될 차종에도 퍼펙트 블랙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델 고유의 상품성은 유지하며 쉐보레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은 쿤스트할레가 6년간 걸어온 길과 많이 닮아있다. 한국GM은 새롭게 시도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젊은 작가의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셈이다.
한국GM은 퍼펙트 블랙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올해 10개의 신모델을 출시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7월 출시한 더 넥스트 스파크는 8월 판매량에서 경차 부문 부동의 1위였던 기아자동차 모닝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를 시작한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호샤 사장은 올해를 포함, 지난 3년의 공로를 인정받아 내년부터 한국GM의 회장을 맡게 됐다. 호샤 회장이 이끄는 한국GM의 2016년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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